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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이슈 #24] 동남아 지역통합의 현장

“동남아 지역통합의 현장”

이선진

2020.9.9.

 

 

이선진 대사는 33년간 외교관으로 활동하며 주 인도네시아 대사, 외교부 외교정책실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중국의 부상과 동남아의 대응』(2011), 『대사들, 아시아 전략을 말하다』(2012·이상 편저)가 있으며, 지난 11년 동안 30여 차례 동남아 지역을 찾으며 연구해왔다.

 

 

아세안의 경제 규모(GDP)가 세계 5위라는 설명을 할 때면, 이를 반박하는 인사들이 있다. 개별국가가 아닌, 아세안 10개국의 합계를 이야기하는 것은 몸집 불리기에 불과하며, 심지어 2015년 창설된 아세안 공동체도 말만 많은 토크숍(talk shop)에 불과하다고 평가한다. 필자는 이러한 문제점에 공감하지만 그들의 평가가 반쪽 진실만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필자는 주 인도네시아 대사를 끝으로 외교부를 퇴직하고 2009년부터 대학에서 강의하면서 30여 차례 동남아 지역 통합의 현장을 찾았다. 이 글에서 동남아 지역이란 아세안 회원국과 아세안의 접경인 중국 윈난(Yunnan), 광시(Guangxi)지역을 포함한다. 또한 지역통합(regional integration)이란, “사람, 물자(교역), 돈(투자)이 국경을 넘어 원활하게 이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이동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도로망 및 통신망 등 기반시설 건설과 함께, 정부 간 법·제도 정비가 병행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1. 지역통합의 사례들

동남아를 여행하며 같은 루트와 지역을 1-2년마다 반복하여 찾았고, 버스, 철도 등 육상교통편 이용을 고집하였다. 그렇게 함으로써 교통망, 교통량(화물, 인적 왕래), 도시의 발전 및 국경 관문의 변화 등을 관찰할 수 있었다. 이 글에서는 여러 가지 변화 중 국제노선버스, 통신망 및 철도 분야의 발전을 소개한다. 이들 기반시설은 다른 분야의 성장과 지역통합의 촉매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중시된다.

 

(사례1) 국경통과 국제버스노선의 발달

2017년 1월, 필자는 베트남 다낭에서 출발하여 열흘 동안 베트남, 라오스, 태국, 중국 등 4개국의 9개 도시를 방문하며 총 다섯 차례 국경을 통과했다.

 

● 일정: 베트남 라오바오(Lao Bao) - 라오스 사바나켓(Savannakhet) - 태국 묵다한(Mukdahan) 및 콘캔(Kon Kaen) - 라오스 비엔티안(Vientiane) - 중국 쿤밍(Kunming) 및 국경 허커우(Hekou) - 베트남 라오까이(Lao Cai) 및 하노이(Ha Noi)

 

일정 중, 비엔티안-쿤밍(항공편), 쿤밍-허커우(철도)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국제노선버스와 국내 시외버스를 이용하였다. 여행 출발 전, 항공권과 기차표를 미리 샀으며, 숙소는 처음 방문하는 라오스 사바나켓(Savannakhet)의 것만 예약하였다. 버스(국제, 시외)와 다른 숙소는 예약하지 않았으나 일정은 예정대로 진행되었다. 차질이 있었다면, 항공표, 기차표, 숙소 예약금을 날렸을 것이다. 동남아는 그만큼 국제버스 노선이 발달되어 있다.

 

국제버스노선 발전의 배경?

첫째, 1992년부터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주도하여 험준한 고산지대까지 도로를 건설하고 다수의 메콩 대교를 놓는 등 교통 인프라를 건설하였다. 둘째, 인적, 물적 교류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공식 통계에 의하면, 아세안 상호 간 방문객 수는 2015년 기준 4,600만 명이다. 이는 2000-2015년 간 약 3배가 증가하였다. 셋째, 아세안 상호 간 단기 방문자는 무비자이며, 국경 지역 주민들은 주민증만으로 24시간 이웃 나라를 방문할 수 있다. 넷째, 국제 노선버스, 화물트럭, 개인 차량이 국경을 넘어 갈 수 있도록 정부 간 협정(CBTP)을 맺었다.

 

교통 인프라 건설의 효과

교통 인프라 건설은 전통적 국경(장벽) 이미지를 크게 바꿔놓고 있다. 라오스 공식 통계에 의하면, 2015년 라오스 총인구의 약 1/3인 230만 명이 4개의 메콩 대교를 통과하여 태국으로 출국했다. 이 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이 2,200달러에 불과하지만, 교통 인프라 건설과 국제노선 버스의 발전 덕분에 이웃나라 여행을 어렵게 생각하고 있지 않다.

 

새벽 6시 미얀마-중국 관문. 미얀마 잡상인들로 매우 혼잡하다. 이들은 중국 아침 시장에서 팔 콩기름, 두부, 야채 등을 가지고 국경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또한, 교통 인프라 건설은 관광업, 운수업, 국경무역, 버스/화물트럭 노선에 따라 음식점, 숙박업 등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지역통합의 현장들이다.

 

(사례2) 통신망의 발전

2012년 2월, 필자는 미얀마 제2도시 만달레이 최고급 호텔 숙소에서 중국에 국제전화를 여러 차례 시도하였다. 다음 행선지 중국의 일정을 바꾸기 위하여 통화했으나 계속 실패하였다. 이에 이메일을 보내려고 호텔 비즈니스 센터를 찾았지만, 그곳에서 1시간 30분 동안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접속이 안 되었다. 그러던 중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눈을 들어보니 밖에 10여 명의 사람들이 원망스럽게 쳐다보고 있었다. 창피한 생각에 결국 포기하였으나 통신비만 45달러가 들었다. 당시 잘사는 싱가포르, 중국 쿤밍 등에서도 휴대전화는 물론, 숙소 방에서 인터넷을 하는 것은 생각조차 하지 못하였다. 고급 호텔 비즈니스 센터에서 비싼 수수료를 지불해도 접속 불량으로 애를 먹었다.

 

와이파이 보급

그로부터 2년 후 동남아 통신 상황은 크게 개선되었다. 미얀마 시골 숙소나 인터넷 카페에 와이파이가 설치되어 숙소 방에서 인터넷 연결, 휴대전화 사용도 가능해졌다. 라오스 시골 장터에서는 휴대전화로 이웃 태국의 인기 드라마를 보는 상인들을 자주 본다. 아세안은 2015년 아세안공동체 출범 이전 통신망 건설을 완성하기로 합의하였고, 이들은 그 혜택을 보고 있다.

 

필자 역시 2016년 1월, 베트남 호찌민발 캄보디아 프놈펜행 버스에 설치된 와이파이 덕택에 큰 도움을 받았다. 버스 출발 직전 서울로부터 긴급 연락을 받았으나 약 6-7시간의 버스 운행 동안 연락이 두절될 형편이었다. 다행히 차내 와이파이가 설치되어 있어 문자, 인터넷, 심지어 휴게시간에 국제전화까지 한 덕택에 프놈펜 도착 즈음에는 문제가 해결되었다. 통신망의 발전은 휴대전화와 인터넷 보급을 크게 늘렸고, 전자상거래, 물류 산업(배달업) 등 관련 산업을 발전시키고 있다.

 

(사례3) 철도 개선

동남아 역내 교역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으나 화물 운송의 70-80%를 차지하는 트럭운송은 한계에 달했다. 트럭 화물의 국제운송은 때론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국경을 차단하는 문제점도 있다. 이에 따라 아세안 나라들은 철도에 눈을 돌리고 있지만 아세안 철도는 노후하고 협궤(挾軌)로서 시속 60-70km 이상을 내지 못한다. 이를 광궤(국제표준궤)로 바꾸는 것만으로 150-200km 정도로 속도를 더 낼 수 있다

 

아세안과 중국이 합의한 싱가포르-쿤밍 광궤철도 건설공사는 당초 계획(2020년 준공) 보다 일정이 지연되고 있으나, 라오스와 말레이시아 구간에서 각각 진행되고 있다. 그 중간에 있는 태국 구간도 부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국제철도 노선이 완공되면, 어느 나라에 의한 자의적 중단이 어렵고, 이 지역의 인적, 물적 교류와 통합이 한층 가속화될 것이다.

 

 

2. 아세안 경제통합의 효과

현재 아세안과 중국 남부지역에는 국경을 중심으로 거대한 경제권이 생겨나고 있다. 아세안에 국한하여 볼 때, 지역통합의 효과는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가져왔다. 아세안은 2019년 기준 인구 6억 5천만 명, GDP 3.17조 달러로 세계 제5위 경제 규모이며, 지난 5년 간 연평균 5% 이상의 성장률을 보였다. 미국, 중국, 일본, 인도, 러시아 등의 세력 경쟁 속에서도 아세안의 경제 전망은 상대적으로 밝다. 어느 세력과 연합하지 않고 독립성을 유지한 채, 많은 해외투자(FDI)를 접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8년 아세안이 받아들인 FDI는 1,547억 달러로 한국 270억, 중국 1,350억, 일본 98억 달러를 상회한다. 아세안 지역통합의 결실이다.

 

한국의 대응은?

중국, 미국, 아세안은 한국 경제의 3대 파트너이다. 미중 경쟁 속에서, 한국의 대미, 대중 경제 교류가 위축될 전망이다. 반면, 한-아세안 간 통상, 투자, 자원개발, 관광, 인적교류 등 경제협력 확대의 잠재력은 여전히 크다. 이와 함께, 필자는 한국이 아세안의 지역통합 노력을 적극 지원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첫 번째는 아세안이 주도하는 동아시아 15개국 자유무역협정(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이다. 이는 미중 경쟁으로 인한 역내 정치, 경제적 악영향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이다. 두 번째는 아세안이 추진하는 디지털 경제 구상, 즉 smart city 건설, 5G 통신망, 전자상거래, 물류사업, 철도 건설 등이다.

 

한-아세안 관계는 동아시아 지역협력 속에서 발전해 왔다. 또한, 중일 경쟁 속에서도 “아세안이 주도하고 한국의 지지하는” 패턴이 지역협력 결성과 성장에 크게 기여하였다. 한국의 신남방 외교의 창의성이 기대된다.

 

 

※ 「아세안 이슈」에 개진된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로 한-아세안센터의 공식 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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