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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이슈 #31] 차이를 넘어 함께하는 공동체

차이를 넘어 함께 하는 공동체

원옥금(이주민센터 동행 대표)

 

원옥금(응우옌 응옥감) 이주민센터 동행 대표는 1996년 한국 남성과 결혼해 1997년 한국으로 건너와, 15년간 한국 이주 다문화가정과 이주노동자 권익 증진을 위해 활동해온 인권운동가이다.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에 영입되어 비례대표 경선에 참여하기도 했다.

 

 

코로나19로 모든 이들이 힘겨워 했던 2020년이 지나고 새로운 한해가 시작되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코로나19로 작년 내내 지구촌 사람들 모두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었다. 2019년 말에 중국에서 시작된 유행병은 아시아와 유럽을 넘어 아메리카와 아프리카 오세아니아까지, 사람이 살고 있는 지구상의 단 한곳도 바이러스에 자유로운 곳이 없을 정도로 전파되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매일 50만 명 넘는 사람들이 새로운 감염자로 확인되고 수천명이 소중한 목숨을 잃고 있다. 감염병 자체도 문제지만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한 봉쇄조치로 인한 실직과 수입 감소로 발생하는 경제적 고통은 더욱 더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다른 나라들에 비해 빠르게 대처한 정부, 국민들의 높은 의식 수준, 공동체에 대한 희생정신 덕분에 감염자수도 월등하게 적고 사망률이 낮은 대한민국이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사람들의 고통은 결코 적지 않다. 왜냐하면 이는 전세계적인 문제로 한국만 해결된다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는 역설적으로 우리들에게 이 세상은 촘촘히 연결되어 있으며, 어느 개인도, 사회도, 국가도 그 연결된 세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한국에 살고 있는 이주민들도 코로나19로 인한 고통에 예외가 될 수 없었다. 도리어 한국인들에 비해 사회에 튼튼하게 뿌리내리지 못한 이주민이기 때문에 고통의 정도는 더욱 컸다고 할 수 있다.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직장에 일이 없어져 강제적인 장기 무급휴가를 받아들여야 했고, 체불임금에 시달렸으며, 본인뿐만 아니라 본국의 가족까지 경제적 고통에 내몰렸다. 또한, 해외 입국자를 제한하는 본국의 정책으로 인해 돌아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 한국에서 코로나19가 유행하던 초기, 이주민들은 정부의 경제적 지원에서 배제되었음은 물론 마스크조차 살 수 없는 처지에 내몰리기도 했다. 코로나19의 상황은 이주민들이 한국사회에서 느끼는 장벽을 더 높이 느끼게 만들었다.

 

장벽은 높아졌지만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이제 본격적인 이주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인구구성을 보더라도 이미 전체인구의 4%가 넘는 이주민이 살고 있는 국가가 되었다. 4%라면 그리 많아 보이지 않지만 숫자로 보면 거의 대한민국의 대도시인 대구광역시만큼의 어마어마한 인구인 것이다. 이중에 아세안10개국 출신 이주민도 약 50만 명에 달한다. 한국과 아세안의 관계는 이미 한국 안에서 사람간의 관계로 진행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주민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는 것은 전체 사회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 되었다.

 

그러나 어느 사회든지 이주민을 무조건 환영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사회에도 이주민을 배척하는 뿌리 깊은 정서를 가진 사람들도 있다. 정부가 국민들을 챙기기도 벅찬데 이주민까지 지원해야 하느냐는 목소리도 있고 내국인에 대한 역차별을 주장하기도 한다.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의 속마음을 추측해보면 한국에 살고 있는 이주민에 대해 결코 함께 살고 있는 ‘우리’로 인정하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인정하고 하지 않고를 넘어서 이주민은 이미 우리의 일부가 되었고 우리의 문제가 되었다. 이주민을 지원하는 것은 단지 소수자에 대한 배려 차원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한국을 더욱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게 하는 큰 힘이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주민 지원 정책의 필요성을 생각해보는 것은 의미가 있는 일이다.

 

첫째, 한국사회에서 이주민중 특히 아세안 이주민에 대한 지원 정책은 무엇보다 보편적인 인권 차원에서 필요한 것이다. 선주민이든 이주민이든 상관없이, 또 영주하는 이주민이든 잠시 살다가는 이주민이든 상관없이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은 인간으로서 보편적인 권리를 보장 받아야한다. 우리 사회에서 소위 3D업종에 종사하는 비율이 높은 아세안 출신 이주민들은 늘 산업재해에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열악한 작업환경과 주거환경은 최근 이주여성 농업노동자가 난방도 제대로 되지 않는 열악한 숙소에서 사망한 사례와 같이 가슴 아픈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이런 일이 반복되는 근본적인 원인에는 고용허가제 문제가 있다. 특히 사업장 이전의 자유를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는 제도는 이주노동자를 반강제적인 노동에 얽매이게 만든다.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인권인 자유권을 침해하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아세안 10개국 중에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싱가포르를 제외한 7개국이 고용허가제를 통해 한국으로 이주노동자를 보내고 있다. 이들 국가의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의 부족한 노동력을 충당하여 한국의 산업이 계속 발전할 수 있도록 기여하고 있고 출신국의 경제에도 큰 기여를 하는 사람들이다. 이들 아세안 출신 이주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보장하는 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이주노동자를 위한 일만은 아니다. 열악한 작업환경과 처우를 개선함으로써 내국인 노동자도 취업하기를 원하는 곳이 된다면 우리 사회의 실업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대한민국이 인권국가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둘째, 한국은 인구감소 위기에 직면해 있다. 기록적으로 낮은 출산율은 이미 현실이다. 2020년 상반기 출산율은 0.9라고 한다. 2028년경부터는 인구 감소가 일어날 것이라고 한다. 국가를 유지하고 계속 발전시키기 위해 이주민은 점점 더 필요한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국가적 필요성에 의해 이주민을 받아들이기만 하고 적절한 지원을 하지 않는다면 이주민 문제가 사회적으로 갈등과 분열을 가져올 수도 있다. 이주민을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고 함께 잘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국가적인 비전, 세심한 정책준비와 실행이 필요하다. 국민들 중 이주민에 대해 배타적인 사람들을 설득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셋째, 이주민에 대한 지원은 우리 사회의 문화를 다양하고 풍부하게 만들고 열린 사회가 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지금은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어느 나라든지 고립되어서는 생존이 불가능한 세상이 되었다. 자기 문화만을 고집하는 폐쇄적인 태도는 연결된 세계에서 고립을 자초할 것이다. 지금 한국의 대중음악, 영화, 드라마, 음식 등 다양한 문화가 세계인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 많은 나라에서 제2외국어로 한국어를 교육하기도 한다. 이런 한국문화에 대한 열기가 한때의 유행에 그치지 않고 지속되려면 한국 문화에 다양성이 공급되어야 하고 그 문제에 아세안 이주민들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한국에 아세안 이민자들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한국 사회에 흡수되는 아세안의 문화는 한국의 문화가 더욱 보편성을 갖고 세계로 진출할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다. 아세안의 여러 나라들은 다양한 역사적 배경과 문화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한국과는 같은 아시아라는 정서적인 유대감이 강하기 때문에 아세안 이주민들은 보다 쉽게 한국에 대한 문화다양성 공급의 통로가 될 수 있다.

 

지금 한국에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많은 아세안 이주민이 살고 있다. 결혼이민자, 이주노동자, 유학생, 사업가, 문화예술인등 아세안 각국에서 온 이주민들이 저마다 한국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으며 나라별 이주배경별로 다양한 커뮤니티들이 있다. 앞서 쓴 것처럼 아세안 이주민들은 한국과 출신국의 경제발전과 문화 다양성에 기여하기도 하고 열린사회를 만들어 가는 역할도 한다. 많은 이주민들이 꿈을 이루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많은 이주민들이 쉽지 않은 이주 생활에서 아픔을 겪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한국에서 소수자에 대한 차별금지법 제정은 계속 지연되고 있다. 산업재해를 방지하고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중대재해처벌법도 이해관계의 충돌로 제정이 지연되다가 최근 국회를 통과했으나, 이주노동자들이 주로 근무하는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점이 안타깝다.

 

그러나 이 세상 어디에도 완벽한 나라는 없다. 한국 역시 완벽한 나라는 아니다. 그러나 나는 태어난 곳은 아니지만 내가 선택한 나라 대한민국이 자랑스럽다. 왜냐하면 그동안 내가 이곳에서 살아오며 알게 된 대한민국은 어떤 문제가 있다면 그것을 감추려하지 않고 고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끄러운 갈등이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건강함을 잃지 않는 사회라고 생각한다. 한국사회의 이주민 문제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초기에 이주민이 정부의 지원에서 배제되는 일이 있었지만 많은 시민과 단체들이 함께 목소리를 내주었고 그 결과 여러 지방정부가 이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많은 이주민도 지원 대상에 포함될 수 있었다. 한국사회에는 반다문화주의와 이민자 혐오발언도 있다. 그러나 많은 건강한 목소리들이 이런 잘못된 의견들이 주류가 되지 않도록 노력한다. 앞으로도 이주민을 같은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법과 제도, 정책들이 지금보다 더 나아지기를 기대한다.

 

어느 사회나 이주민이 자리 잡고 살아가는 것은 쉬운 문제는 아니다. 이주민과 선주민의 문화에는 분명히 ‘다름’이 존재한다. 언어와 피부색이 다르고 문화가 다르다. 경제적인 차이도 있다. 그러나 이런 ‘다름’과 ‘차이’가 차별을 넘어서면 다양성이라는 힘이 된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차별하지 않는 것, 한국의 오랜 역사와 문화를 존중하고 이주민의 다양성을 포용하는 것 그래서 보다 성숙하고 발전된 공동체로 가는 것은 한국사회뿐 아니라 이주민도 함께 노력할 과제이다.

 

새해에는 아세안과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사람 중심의 평화공동체’라는 비전이 우선 한국 내에서 아세안 이주민이 더불어 잘사는 공동체로 나아가는 발걸음이 한걸음 더 진전되기를 소망해 본다.

[아세안이슈 #30] 아세안 영화에 대한 몇 가지 단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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