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이슈 2020-05-26
2020.5.26.
< 코로나19의 필리핀 경제에 대한 영향 및 전망 >
인구 1억 8백만 명(아세안 2위)의 인구대국 필리핀은 한국과 수교(1949년)한 최초의 아세안 국가이지만 경제협력 및 교류 측면에서는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다. 2019년 기준 필리핀은 아세안 10개국 중에서 5위 교역대상국(수출 84억 달러, 수입 37억 달러), 7위 투자대상국(2억 달러)에 그쳤다.
그러나 최근 두테르테 대통령의 야심찬 인프라 개발정책인 "Build, Build, Build" 추진으로 한-필리핀 경제협력 확대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또한, 작년 11월 한-필 정상회담 계기에 FTA 상품협상 조기성과 패키지를 합의한 만큼 올해 FTA 타결도 기대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 코로나19가 필리핀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전망 그리고 우리에의 시사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 코로나19, 필리핀 고속 경제성장에 제동
코로나19로 타격받은 필리핀 경제전망이 갈수록 어둡다.
필리핀 정부는 지난 5월 15일 메트로 마닐라, 라구나, 세부 지역에 대한 봉쇄조치를 5월 31일까지 다시 연장했다. 이러한 조치에 따라 전문기관들은 필리핀의 금년 경제성장률을 하향조정하고 있다.
런던소재 연구소인 Capital Economics는 필리핀 GDP의 45%를 점하는 주요지역(메트로 마닐라, 라구나, 세부) 봉쇄조치로 인한 소비침체로 금년도 필리핀 성장률은 -6%로 태국과 더불어 아세안 10개국 중에서 최악의 성적이 우려된다고 전망했다. Capital Economics는 구글의 지역 이동 데이터로 측정한 직장 출근율이 코로나19 발생 이래 60%나 감소했고, 메트로 마닐라의 혼잡도도 크게 줄었으며, 애플 스마트폰을 사용한 길 찾기 검색량도 평소의 2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러한 자료를 토대로 필리핀의 2분기 성장률을 역대 최저인 -17%로 예상했다.
ING에 따르면 필리핀은 1분기 역성장 이후 기술적인 경기침체에 들어갔고, 주요지역 봉쇄 조치 연장으로 소비 주도의 필리핀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 금년도 GDP 성장률을 당초 -2.2%에서 -2.9%로 하향 조정했다. ING는 현재 민간소비는 여력이 없기 때문에 정부지출확대를 통해 경제회복을 추진해야 한다며 필리핀 중앙은행의 ▲추가 금리인하, ▲정부의 사회개선 및 소득대체 프로그램 규모 확대, ▲봉쇄조치 해제 이후 인프라 건설 분야에 대한 공격적 지출 등을 제안했다.
이러한 민간 전문 기관들의 경제전망치를 뒷받침 하듯 필리핀 정부도 경제상황 악화를 인정하고 나섰다. 필리핀의 개발예산 조정위원회(Development Budget Coordination Committee, DBCC)는 5월 12일 금년도 경제전망치를 당초 -0.8%~-1%에서 -2%~-3.4%로 조정했다. 필리핀 정부도 코로나19로 인해 GDP의 9.4%에 상당하는 2조 페소(약 400억 달러) 규모의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편, 아시아개발은행(ADB)는 4월 3일 "ASEAN Development Outlook 2020"을 통해 금년도 필리핀 경제성장률을 2%로 예측했고, IMF는 4월 15일 "World Economic Outlook"을 통해 0.6%로 전망한 바 있다. 하지만 필리핀 자국내에서도 경제전망치를 하향 조정 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 다자개발은행도 향후 전망치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국제신용평가사인 Fitch는 5월 12일 금년도 필리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 로 제시하며 신용등급을‘BBB(긍정적/positive)’에서‘BBB(안정적/stable)’로, 은행시스템(banking system)을 ‘BB+(안정적/stable)’에서 ‘BBB-(안정적/stable)’로 하향 조정했다. 그러나 이는 필리핀 정부가 5월 15일 주요지역에 대한 봉쇄조치 연장 전에 전망된 수치로 변화된 상황을 반영하면 금년도 경제전망치는 더욱 하향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 투자, 민간소비, 무역, 관광 크게 위축
필리핀 경제는 코로나19와 더불어 지난 1월 15일 마닐라 인근 따알 화산폭발의 여파로 1998년 아시아금융위기 이래 처음으로 -0.2% 역성장(1분기)을 기록했다.
정부지출(7.1%)만이 늘어났을 뿐 공급망 차질 및 코로나19에 따른 불안심리 등으로 투자가 크게 감소(-18.3%)하였다. 또한, 수출입의 급격한 감소(수출 -24.9%, 수입 -26.2%), 3월 15일 봉쇄조치에 따른 민간소비 위축(0.2%), 제조 및 영업 차질 등이 역성장의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1분기에 필리핀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수 또한 140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6%가 줄었고, 관광수입도 36% 감소한 850억 달러에 그치는 등 관광분야 역시 타격을 입었다.
아울러 필리핀 경제의 주 수입원 중 하나인 해외취업자의 국내 송금도 큰 영향을 받고 있다. 필리핀 중앙은행은 5월 15일 금년도 해외취업자의 국내송금액 증가율 예상치를 당초 3%에서 2%로 하향 조정했다. 해외취업자들의 국내송금액은 2001년 60억 달러에서 2019년에는 300억 달러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고 이는 GDP의 8%에 달했다. 그러나, 2020년 2월 송금액은 26억 2,000만 달러로 2.6% 증가에 그쳤는데 당분간 그 규모는 줄어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 필리핀정부, 대규모 경기부양책 제시
지난 3월 23일 필리핀 의회는 특별회기를 열어「Bayanihan to Heal As One Act」를 제정하였고, 3월 26일 두테르테 대통령과 상·하원 모두 여기에 서명했다. 이 법에 따라 두테르테 대통령은 3개월간(의회가 연장하지 않는 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임시 비상권한(코로나 19 대응을 위한 예산전용, 공공 및 민간 병원 통제, 환자 격리조치 등)을 갖게 되었다.
이 법에 의거하여 필리핀 행정부는 지난 5월 중순 아래 4개축(pillar)으로 구성된 1.74조 규모의 경기부양책(4 pillar socio-economic strategy)을 마련했다.
① 취약계층 긴급지원
▲저소득가정 보조금 지원(1,800만 명의 저소득층에 대해 2개월간 월 5천~8천 페소 (한화 약 12~19만원) 지원), ▲피해 중소기업 신용보증(1,200억 페소), ▲복지지원 프로그램(69,200 가구에 식품 및 생필품박스 제공, 6만 명의 실업자에게 실업수당 제공, 실업자에 대한 온라인 기술교육프로그램 지원 등), ▲중소기업 직원임금 보조(340만 명의 직원에게 2개월간 월 5천~8천 페소 지원)
② 취약계층 긴급지원
코로나 환자 의료보험 적용, 특별위험수당 및 의료진 보호장비 제공, 진단키트 조달 및 생산 확대 (약 586억 페소)
③ 통화재정정책 시행
유동성 공급 확대(중앙은행의 3천억 페소 규모의 신용라인 증대, 정책금리 인하, 은행 지불준비금 비율 인하 등), ADB, IMF 등 국제금융기관으로부터 차관 (4,369억 페소) 도입
④ 경기회복 계획
코로나19 이후 "Bounce Back" 계획 수립 및 사회/인프라 투자를 위한 전담반 설치
이와 같은 경기부양책을 위해 필리핀 행정부는 긴급 적자 예산을 편성, 1조5,600억 페소(GDP의 8.1%) 규모의 자금을 조성했다. 즉, 2020년 재정수입은 당초 예상치인 3조 1,700억 페소에서 17.7% 줄어든 2조 6,100억 페소에 그치고, 지출은 120억 페소 증가한 4조 1,800억 페소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필리핀 행정부는 코로나19에 대한 보다 효과적 대응을 위해 최근 3개의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첫 번째 법안은 국민의 일자리 및 소득 회복 지원을 위한「Bayanihan 2」로 오는 6월 26일로 종료되는 「Bayanihan to Heal As One Act」의 후속 법안이다.
이 법안은 1,300억 ~ 1,600억 페소 규모의 추가자금 조성을 통한 기업 세제혜택, 유동성공급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특히, 500억 페소를 조성하여 국영 토지은행과 국영 개발은행에 70%, 필리핀 보증공사에 30%를 배분하고, 자본금 추가 확충을 통해 위기기업의 채권, 우선·보통주 매입, 중소기업에 유동성 공급 등의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두 번째 법안은 기업회복 및 세제 인센티브법(Corporate Recovery and Tax Incentives for Enterprises Act / CREATE)으로 기업법인세율을 현 30%에서 2020년 7월 25%로 낮추고, 2023년부터 1%p씩 인하하여 2027년까지 20%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울러 기 제출한「Corporate Income Tax and Incentives Reform Act」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신규투자자에 대한 맞춤형 세제 인센티브제도도 도입한다. 필리핀 정부는 CREATE법 시행을 위해 1,730억 페소를 조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세 번째는 정부의 개발예산조정위원회(DBCC)가 승인한 4.64조 규모의 2021년 예산안이다.
■ 필리핀 하원, 별도의 경기부양책 추진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하여 주목할 만한 부분은 필리핀 행정부와 의회 간 주도권 경쟁의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필리핀 하원은 행정부에서 제시한 대응책과는 별도로 5,680억 페소 규모의 필리핀 경기부양법 (Philippine Economic Stimulus Act of 202 / PESA)을 마련, 5월 18일 하원 경기부양소위를 통과시켰다. 이 법안에는 경기 조속 회복 및 안전한 근로환경 조성을 위한 대량 테스트 예산을 책정(2020년 100억 페소, 2021년 100억 페소)하고 있다. 또 1,100억 페소 규모의 임금보조(위기기업, 자영업자, 프리랜서, 해외취업자), 300억 페소 규모의 실업자 임시고용, 허가수수료 면제, 납부기한 연장 등 기업에 대한 규제적 완화, 필리핀 보증공사의 중소기업 대출보증(400억 페소), 중소기업진흥공사의 중소기업대출 확대(500억 페소), 무역산업부(100억 페소), 관광부(580억 페소), 투자청(440억 페소), 운송부(750억 페소), 농수산부(66억 페소) 등 산업별 지원 등의 조치가 포함돼 있다.
한편, PESA가 통과될 경우 필리핀의 GDP 대비 재정적자규모는 8.1%에서 11.1%로 상승하게 된다. 필리핀 정부는 GDP 대비 국가부채비율을 50% 이하로 유지하려 하고 있고, 지난 2004년(71.6%) 이래 긴축재정을 통해 계속 낮춰온 결과 2019년 말 현재 39.6%로 최저 수준을 기록하는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이에 카를로스 도밍게스 3세 필리핀 재무장관은 하원이 제시한 PESA의 필요성과 효과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이보다는 행정부가 제출한 3개 법안을 의회가 조속히 통과시킬 것을 촉구하였다. 코로나 19 대응을 놓고 행정부와 의회 간 힘겨루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 필리핀 정부, 조만간 인프라 투자계획 재가동 예상
필리핀 정부는 봉쇄조치로 위축된 경기부양을 위해 1,600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계획을 재가동한다는 계획이다. 두테르테의 핵심 프로젝트 자문관인 빈스 디존 (Vince Dizon) 장관은 즉각적이고 높은 경제적 효과가 기대되는 4조 페소 규모의 인프라 프로젝트 재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번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보건 및 디지털 관련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는 것을 확실히 인식하게 되었다면서 이에 우선순위를 부여할 것임을 암시하였다.
인프라 투자 재원은 정부가 1,680억 페소를 마련하고, 민간에서 1.8조, 그리고 차관과 원조로 2.3조 페소를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주 공여국인 일본과 중국도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예년 수준 또는 그보다 더 큰 규모의 차관 도입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디존 장관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중국과 국제금융기구 등이 필리핀의 인프라 프로젝트에 등을 돌리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러한 우려를 일축한 바 있다.
아울러 민간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는 필리핀 정부가 주요 인프라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민간 기업들(San Miguel 그룹의 Bulacan 신공항프로젝트, Udenna Corp의 세부 모노레일 프로젝트, Naia 콘소시움의 니노이 아키노 국제공항 업그레이드 프로젝트 등)에게도 프로젝트 재개에 대한 확신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 향후 전망 및 시사점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5월 2일자"어느 신흥경제국의 경제위험성이 가장 높은가(Which emerging markets are in most financial peril)?"제하의 기사에서 코로나19에 대응하는 66개 신흥국의 경제력을 평가했다.
순위는 국가부채(public debt), 외채(foreign debt), 자본조달비용(cost of borrowing), 외환보유액(reserve cover)등 4개 항목을 기준으로 평가하였으며, 필리핀은 앞서 언급한 여러 가지 경제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66개국 중 6위로 상당히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필리핀중앙은행(BSP)은 코로나19 대응 관련, 5월 20일자 보도자료를 통해 필리핀은 IMF가 제공하는 긴급유동성(단기유동성라인, Short-term Liquidity Line)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2019년 말 현재 78.4억 달러의 순유입을 기록하여 7년 내 최고수준을 기록했고, 금년에도 37억 달러의 순유입이 예상되며, 외환보유고도 3월말 현재 890억 달러로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외채규모의 5.3배로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2019년 말 기준 GDP대비 국가부채비율도 40%로 통제 가능한 수준이고 페소화도 안정화 추세라고 설명했다.
즉, 주요지역에 대한 봉쇄조치 연장으로 필리핀 경제의 추가적인 타격은 불가피해보이나, 코로나19 전 성장세를 이어왔던 필리핀 경제를 감안할 때, 봉쇄조치가 해제되고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가 재가동되면 필리핀 경제의"바운스 백"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희망을 가져본다.
참고자료: ● Visitor Arrivals FY2019, Department of Tourism(December, 2019)● Asian Development Outlook 2020, ADB(2020.4.3)● World Economic Outlook, IMF(2020.4.15)● The Duterte administration's Philippine Program for Recovery with Equity and Solidarity (PH-PROGRESO), Department of Finance(2020.4.21)● More than 155,000 tourism sector workers receive first tranche of DOF wage subsidy program, Department of Tourism(2020.5.5)● Highlights of the Philippine Export and Import Statistics March 2020 (Preliminary), Philippines Statistics Authority(2020.5.6)● PH Trade drops in March 2020 due to Covid19 Restrictions, National Economic and Development Authority(2020.5.6)● GDP declines by 0.2 percent in the first quarter of 2020; the first contraction since fourth quarter of 1998, Philippines Statistics Authority(2020.5.7)● DBCC Revists Medium-term Macroeconomic assumption and fiscal program amid the Covid19 Pandemic,National Economic and Development Authority(2020.5.13.)● OFW remittances in January to February climb to US$5.6 billion, up by 5%, Bangko Sentral NG Pilipinas(2020.5.15.)● Addressing the Social and Economic Impact of the COVID-19 Pandemic, National Economic and Development Authority(2020.5.19)
신문기사: ● Coronavirus and Philippine tourism, Inquirer(2020.2.8)● The Tourism Industry Is in Trouble. These Countries Will Suffer the Most. Foreign Policy(2020.4.1)● The Philippines Was an Economic Star. Until Covid-19, Bloomberg(2020.4.2)● Simplifying the Bayanihan to Heal as One Act, Businessworld(2020.4.3)● IMF says the world will ‘very likely’experience worst recession since the 1930s, CNBC(2020.4.14)● Which emerging markets are in most financial peril?, Economist(2020.5.2)● Philippines commits support to ASEAN tourism recovery, Philstar(2020.5.4)● Coronavirus snaps Philippines’21-year growth steak, Nikkei Asian Review(2020.5.7)● Philippines: 1Q GDP contracts - steep drop ahead, ING(2020.5.7)● Philippine economy shrinks for first time in 22 years, Rappler(2020.5.7)● Philippines GDP Falls for First Time Since 1998 on Shutdowns, Bloomberg(2020.5.7)● Fitch Downgrades Philippine National Bank to 'BB' on Coronavirus Risks; Outlook Stable, Fitch Ratings(2020.5.12)● Corporate income tax cut to 25% by July pushed, Inquirer(2020.5.15)● Coronavirus threatens Philippines’‘economic lifeline’ of OFW remittances, South China Morning Post(2020.5.17)● Govt to lose P667B from CIT rate cut, Business Mirror(2020.5.18)● House committee approves P568-billion PESA bill, Businessworld(2020.5.18)● PHL economy may lose up to P1.2T, Businessworld(2020.5.18)● Lockdown extension to delay recovery, Inquirer(2020.5.19)● BSP sees no need for IMF emergency loan, Inquirer(202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