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GLISH

facebook youtube blog instargram

메뉴 리스트

ASEAN-COREA CENTERE

한-아세안센터 사업활동 AKC 소식 자료실

자료실

[아세안이슈 #28] 코로나19 이후 아세안의 제조업 재건의 필요성

코로나19 이후 아세안의 제조업 재건의 필요성

박번순

박번순 교수는 고려대학교 공공정책대학 경제통계학부 교수이다. 지난 30여 년간 동남아시아와 주변 지역을 관찰하고 연구해왔으며 외교부 정책자문위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자문위원, 신남방정책특별위원회 민간위원 등을 겸하고 있다.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아세안 경제

 

코로나19가 발생한지 거의 1년이 되어가지만 진정되지 않고, 겨울이 다가오면서 다시 확산되고 있다. 잠시 회복세를 보이는 듯 했던 세계 경제도 다시 침체할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는 세계적으로 시장메커니즘과 신자유주의 정책을 중시했던 국가에게 더 큰 타격을 주었고, 개별 국가 내에서는 의료서비스에 접근이 어려운 저소득층이 더 많은 피해를 받았다. 아세안 회원국 중에서도 정부의 역할이 컸던 태국이나 베트남은 확진자나 사망자가 많지 않았지만, 정부의 기능이 비교적 약했던 필리핀과 인도네시아에서는 10월 20일 현재 35만 이상의 확진자와 1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냈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아세안 경제는 두 개의 중요한 현상을 겪고 있었다. 하나는 아세안 주요 국가들이 지난 10여 년간 제조업의 수출경쟁력 하락으로 중진국 함정을 겪고 있었다는 것이다. 아세안 지역은 주요한 제조업 생산기지가 되었지만 글로벌화로 인한 전자, 자동차산업이 과점화 되는 가운데 다국적기업에 이들 산업을 의지하였고, 경공업 분야에서는 압도적인 중국의 생산력과 경쟁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또 다른 현상은 중국의 부상에 따라 필연적으로 나타난 미중 갈등과 통상마찰 때문에 아세안 경제가 영향을 받고 있었다는 것이다. 미중 무역 마찰 때문에 중국에 진출한 다국적기업 일부가 아세안 지역으로 생산설비를 이전하기도 하지만, 아세안을 대체시장으로 활용하려는 중국의 아세안 진출도 강화되고 있다.

 

이러한 상태에서 코로나19는 아세안의 수출을 축소시키고 다국적기업의 대(對)아세안 투자를 주저하게 만들었다. 또한, 범세계적 여행제한 조치로 인해 태국, 필리핀, 캄보디아 등이 외화획득과 고용창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던 관광산업도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따라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은 필리핀, 인도네시아뿐만 아니라 우수한 방역 결과를 보인 태국, 말레이시아, 베트남도 경기가 하락하고 있다.

 

아세안 각국 정부는 재정지출을 확대하면서, 교역과 투자의 둔화가 기업 및 금융 부문의 부실화로 연결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으나, 생산 활동은 축소되고 실업은 증가하면서 경기가 급속히 악화되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의 2020년 9월 발표에 의하면 브루나이, 미얀마, 베트남을 제외한 아세안 7개 국가의 2020년 GDP가 2019년 대비 축소될 전망이다. ADB는 인도네시아 -1.0%, 말레이시아 -5.0%, 필리핀 -7.3%, 태국 -8.0% 등 주요국의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베트남은 비록 플러스 성장을 유지하겠지만 성장률은 2019년 7.0%에서 1.8%로 급락할 것이다. 아세안 각국은 2020년 경기침체에 따른 기저효과로 2021년에는 비교적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겠지만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등은 2021년에도 2019년의 경제 규모를 회복하지 못할 전망이다.

 

한편 코로나19는 경제사회적 격차를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의 경우 제조업의 고용창출 능력이 상대적으로 낮아 비공식부문(informal sector)의 고용이 많다. 코로나19는 이러한 비공식 부문 종사자를 벼랑 끝으로 몰아넣으면서 양극화를 낳게 되고, 양극화는 정치사회적 불안정을 초래할 것이다. 이미 태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정치개혁 요구와 같이 경제사회적 격차에 대한 해소 요구가 점증하게 되고, 이는 다시 경제에 부정적인 파급효과를 미칠 것이다.

 

 

제조업 재건은 경기침체의 극복에 중요

 

그렇다면 코로나19가 종식 된 후 아세안은 경제 회복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글로벌화의 단절로 인한 수출부진 타개, 영업중단과 여행금지 및 소득감소로 인해 침체한 소비수요의 진작, 기업과 금융의 부실화 방지 등은 아세안의 중요한 정책 과제가 될 것이다. 또한, 아세안도 4차 산업혁명을 추진해야 한다는 유행에 편승하려 할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경제사회적 격차 해소가 지속 가능한 성장에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고 정책적 노력을 시도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아세안이 직면하는 경제적 도전이 반드시 코로나19에만 기인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아세안 경제는 지난 10여 년 이상 점진적으로 체력이 약해져 왔고 여기에 코로나19가 결정타를 날렸다. 이 점에서 아세안은 단기적인 시각이 아닌 중장기적 시각으로 문제의 근원을 해결해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아세안은 제조업의 재건에 가장 큰 관심을 두어야 한다. 디지털 경제도 중요하지만 인도에서 IT소프트웨어 산업이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분야가 아세안 경제를 선도할 수는 없다.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은 창의가 필요하고 혁신이 필요하다. 현재 정치사회적 발전 단계에 비추어 아세안이 이러한 창의와 혁신을 어느 정도 효과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관광, 금융, 의료 등 서비스 산업이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는 있지만 싱가포르와 같은 도시 국가를 제외한 인구가 많은 국가에서는 주도산업이 되기는 어렵다.

 

아세안 경제는 1980년 이후 몇 번에 걸쳐 외부 충격으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을 받은 바 있다. 가장 먼저 겪은 충격은 제2차 오일쇼크 이후인 1980년대 초 세계적 스태그플레이션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태국이나 필리핀 등 석유수입국 경기가 먼저 침체했고, 곧 이어 수출의존도가 높았던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가 영향을 받았다. 특히 1985년에는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필리핀이 부(負)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 시기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계기 역시 외부에서 왔다. 서방 선진국은 1985년 9월 일본의 엔화가치 상승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플라자 합의(Plaza Accord)를 도출했는데 이로 인해 아세안으로 외국인직접투자 유입이 증가했다. 이에 대응하여 아세안 주요국도 기존의 수입대체형 공업화에서 수출주도형 공업화 정책으로 성장전략을 전환했다. 이후 1990년대 중반까지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등은 다국적기업 기반으로 세계의 주요한 제조업 수출기지로 전환되었다.

 

두번째 외부충격이자 현재 아세안 경제 구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위기는 1998년의 아시아금융위기였다. 플라자 합의 이후 10여 년에 걸친 고도성장의 결과 아세안에는 버블이 형성되었고, 경상수지 적자가 확대되었다. 중국이 국제시장에 진출하면서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의 수출증가율이 둔화되었고 취약한 외환금융 시스템 때문에 외환위기가 발생했다. 베트남을 제외한 아세안 주요 5개국이 1998년 부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 시기에도 아세안은 통화가치 하락을 이용해 수출확대로 위기를 극복했다.

 

셋째, 아세안은 2001년의 IT버블 붕괴와 2009년의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글로벌 체제에 발생한 문제로 또 다른 경제 위기를 겪었다. 미국에서 발생한 IT버블의 붕괴는 미국 시장에 의존하던 IT 수출, 특히 반도체 수출에 타격을 주었고,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가 마이너스 성장을 경험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에는 아세안 전체로 수출이 17% 이상 감소했는데, 대외의존도가 높았던 말레이시아, 태국이 마이너스 성장을 겪었다. IT버블 붕괴로 인한 영향은 중국으로부터 수입수요가 증가하면서 곧 해결되었다.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이후 세계경제의 용광로가 되었고 자원 수입을 확대하면서 국제 자원시장을 불타오르게 했다. 아세안은 중국에 자원과 전자부품 수출을 확대했고 IT버블 붕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연관된 아세안의 충격도 2010년에 29% 이상 수출이 증가하면서 완화되었다. 대중국 수출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아세안은 경기 침체의 늪을 탈출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이 아세안 경제의 궤적을 돌아보면 외부충격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방법은 수출의 확대였다. 1990년대 중반까지 아세안 초기 회원국들의 고도성장이나 2010년 이후 베트남의 고도성장 모두 수출의 확대에 기인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영향과는 별개로 아세안의 수출증가율은 지난 20여 년 동안 둔화해왔고, 수출의존도는 하락했다. 아세안 개별 국가의 시장 규모는 아직 내수 주도의 성장을 견인하기에는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수출의존도 하락은 성장률 둔화의 원인이 된다. 결국 아세안이 코로나19 이후 경제를 재건하고 장기적으로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수출의 증가, 즉 제조업의 재건이 필요하다. 이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미성숙 탈공업화(premature disindustrialization)의 진행을 막고 아세안 경제를 중진국 함정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한-아세안 협력 방향

 

그러나 아세안의 제조업이 직면하는 문제는 다양하고 극복하기 쉽지 않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의 전자산업은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고, 수출산업으로 등장하고 있는 태국과 인도네시아의 자동차 산업도 그 미래를 다국적기업의 전략에 맡기지 않을 수 없다. 미얀마, 캄보디아는 수출산업으로서 의류제조업에 거의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다. 베트남이 제조업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다국적기업이 대부분의 제조업 생산을 이끌고 있다. 중국의 생산비용 상승, 미중 갈등으로 인한 통상마찰 때문에 다국적기업들이 중국에서 아세안으로 생산설비를 이동하는 현상도 나타나지만, 중국이란 거대한 시장을 무시할 수 있는 다국적기업은 많지 않다. 또한, 아세안 경제의 주요한 취약점인 중소기업의 미개발로 인해, 중국으로부터의 부품과 중간재 수입이 증가할 것이다.

 

제조업 재건을 위해 아세안은 다양한 정책이 필요하다. 먼저 혁신적인 기업을 만들어 내야 한다. 전자, 자동차 등 시장 규모가 가장 큰 산업은 다국적기업이 장악하고 있다. 당장 아세안 현지기업이 독자적으로 이러한 산업을 주도하기는 어렵겠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적인 현지기업이 운영하는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현재 아세안 현지 기업이 경쟁력을 갖는 경우는 농가공(agribusiness)분야에 불과하다. 한국은 신발, 합판, 섬유와 같은 경공업에서 시작하여 전자, 자동차, IT 등 첨단산업을 육성해 본 경험이 있다. 한국기업과의 기술제휴 등은 아세안이 독자적인 기술기업을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우리 정부도 신남방정책을 통해서 보다 적극적인 기술협력을 해야 할 것이다.

 

아세안의 경쟁력 있는 제조업 육성을 위해서는 소재, 부품, 중간재 산업의 육성도 필요하다. 취약한 부품 산업은 경쟁력 있는 조립 산업의 발전에 필수불가결하다. 아세안의 주요 조립 산업은 다국적기업이 운영하기 때문에 부품과 소재를 다국적기업 모기업이나 모국에서 수입하는 성향이 강하다. 현지에서 부품과 중간재를 조달한다고 해도 현지기업이 아닌 투자국에서 부품 공급망의 일원이었던 협력업체가 현지에 투자한 기업으로부터 조달받는다. 따라서 현지의 조립 기업에 공급할 수 있는 지원산업(supporting industry)로서 부품 및 중간재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그런데 아세안에 비해 중국의 부품과 중간재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중국의 제품들이 아세안의 조립 업체에 공급되고 있다. 이미 아세안의 대중국 수입은 대아세안 수입을 능가한 상태이다. 미중갈등으로 새로운 시장 개척이 필요해진 중국의 부품과 중간재 기업이 아세안을 시장으로 개척한다면 아세안의 부품 및 중간재 산업은 성장 여지가 더 줄어들 것이다. 따라서 중국과의 차별화를 어떻게 유지하고 독자적으로 중간재나 부품 산업을 육성할지가 중요하다. 이는 아세안의 중소기업이 아시아 혹은 세계 전체의 공급망(global value chain)에 더 참여할 수 있는가를 결정한다. 아세안의 부품 및 중간재 산업 육성과 관련하여 한국의 소재, 부품 산업의 아세안 진출은 아세안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중국과 차별화된 한국기업이 아세안에 투자를 하거나 기존 아세안 기업에 자본 참여 혹은 기술제휴를 확대하면서 경영이나 기술의 노하우를 이전시킬 수 있다면 양측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 또한, 현지에 진출한 한국의 조립 기업들은 아세안의 중소부품 기업을 육성, 개발하여 조립 과정에서 그들의 제품을 더 많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술 및 생산성 향상을 위한 우리 기업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 하나의 제조업 재건을 위한 방안은 전통제조업과 IT의 결합 분야를 개척하는 것이다. 전통제조업의 디지털화는 빠르게 산업지형을 변화시키고 있다. 세계경제는 급속히 디지털 경제로 전환되고 있고 이 점에서 한국기업은 상당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아세안 주요국이 스마트시티 등 디지털 경제를 강조하고 있지만 본질적으로 제조업 육성과 직접 관련이 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IT와 전통제조업의 결합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데 한국은 기술, 인프라, 노하우를 제공할 수 있고, 아세안은 현지의 수요 등 시장상황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과 아세안 간의 공동노력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새로운 산업영역을 개척할 수 있다고 본다.

※ 「아세안 이슈」에 개진된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로 한-아세안센터의 공식 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아세안이슈 #27] 한국의 신남방정책은 코로나19 사태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인가? [아세안이슈 #2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1주년 소회 및 신남방정책 향후 추진 방향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