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이슈 2020-11-26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1주년 소회 및 신남방정책 향후 추진 방향
김창년
김창년 주아세안대표부 공사는 아세안 경제 전문가로서 외교부 통상투자진흥과장, 동아시아통상과장, 주인도네시아 공사참사관 및 한-아세안센터 개발기획총무국장을 역임하였다.
소회
매년 11월은 아세안 외교의 달이라고 할 수 있다. 연례 아세안 정상회의와 함께 한-아세안, 아세안+3(한.중.일) 및 동아시아정상회의(East Asia Summit, EAS)가 열린다. 올해는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금년 의장국인 베트남의 주관으로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가 처음으로 화상회의 방식으로 개최되었다. 한-아세안 관계에 있어서도, 우리 대통령은 2017년 11월 인도네시아에서 한-아세안 관계를 한반도 주변 4강 수준으로 격상시키고자 하는 신남방정책을 선언하였다. 작년에는 한-아세안 대화관계 수립 3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정상회의가 11월 25-26일간 부산에서 개최된 바 있다.
특히, 작년 30주년 특별정상회의는 대(對)아세안 외교의 결정판이었다. 이는 신남방정책 추진을 위한 각종 협력사업 발표라는 회의 결과 측면뿐만 아니라, 아세안 판타지아 등 정상들이 참여한 다양한 부대행사, 정상의 기호를 배려한 세심한 의전 등 행사 측면에서도 성공적인 행사였다. 또한, 대표단뿐만 아니라 양측 국민들이 참여하는 참여형 행사로, 과거에 비해 참석자가 5배 이상 늘었다.
필자는 주인도네시아대사관, 한-아세안센터를 거쳐 2019년부터 주아세안대표부에 근무하면서 우리 정부의 신남방정책 추진 현황을 가까이에서 경험하고 있다. 필자가 외교부에서 한-아세안 경제협력 담당과장을 하던 2010년과 비교해 보면, 현재의 대아세안 외교의 중요성과 투입되는 인적, 물적 자원은 격세지감이 들 정도다.
신남방정책의 추진 현황
정부는 신남방정책 추진을 위해 외교부, 신남방정책특별위원회, 주아세안대표부 조직을 신설, 또는 확대하였고, 한-아세안 협력기금을 연간 1,400만불로 2배 증액하였다. 특히, 우리 정부는 주아세안대표부의 기능을 강화했다. 이는 아세안 각국에 소재한 대사관과의 협업 등 현장에서 신남방정책을 조정하고, 각종 사업을 추진하며, 정부 각종 부처 및 기관과의 협력을 원활히 수행하기 위한 조처이다. 대표부 인원을 기존 5명에서 3배 이상 확대하고, 외교부 차관 역임자를 주아세안대사로 임명하였다.
올해 들어 세계를 휩쓴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우리와 아세안의 관계는 꾸준히 증진되어 왔다. 대표부는 30주년 특별정상회의의 합의사항의 이행과 신남방정책의 가시성을 높이고, 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하여 화상 방식으로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였다. 특히, 지난 4월 개최된 코로나19 대응 아세안+3 특별 화상 정상회의 결과의 이행 과정에서 한국은 그 어떤 나라보다도 선제적이며 적극적으로 아세안과의 유대와 협력을 강화해왔다.
무엇보다도 아세안 지역에 우리의 코로나19 대응 모델인 3T(Test, Trace, Treat; 검사, 추적, 치료) 방식을 전파하기 위해 K-방역의 경험을 공유하면서, 아세안 회원국을 대상으로 500만불 규모의 코로나19 진단역량 강화사업을 발 빠르게 전개하였다. 또한, 아세안이 주도하는 코로나19 아세안 대응 기금에도 가장 먼저 100만불을 지원함으로써 중국, 일본, 영국 등 다른 나라의 동참을 유도하였다.
추진방향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1월 12일 개최된 한-아세안 정상회의를 통해 지난 3년 간의 신남방정책 추진 경험, 코로나19로 인한 환경변화와 이에 따른 아세안 국가들의 새로운 수요를 반영한 신남방플러스 전략 7대 핵심 분야를 소개하였다.
이는 “사람 중심 평화와 번영의 공동체” 건설을 목표로 하는 신남방정책을 업그레이드한 것으로, 아세안이 코로나19 극복을 위하여 채택한 “아세안 포괄적 회복 프레임워크(ASEAN Comprehensive Recovery Framework, ACRF)”, 아세안 등 15개국이 참여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RCEP)” 체결 등 최근의 움직임과도 잘 조화된다고 할 수 있다.
먼저, 신남방정책은 사람중심의 공동체를 추진해야 한다. 자칫 신남방정책이 우리의 아세안 시장 진출 정책으로 비춰져서는 곤란하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 경제영토 확대, 중국의 대체시장 등의 개념을 강조하기 보다는, 식민지의 경험을 함께 가진 나라로서,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발전한 경험과 노하우를 아세안에게 전수하고 도와주어야 하겠다. 특히, 최근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세안 국가들에게 단기적 의료장비 지원과 함께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건의료 체계 강화를 지원해야한다. 또한, 아세안이 인적 자원 개발을 통해 미래 역량을 강화하도록 아세안의 직업교육(Technical and Vocational Education and Training, TVET)을 지원해 주어야 할 것이다.
신남방정책 추진의 영향으로 우리 국민의 아세안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최근 언론에서 보았다. 아세안 지역을 여행지로만 접하고, 아세안 국민들을 이주노동자로만 이해하다가, 아세안의 중요성을 알게 되고 아세안을 새롭게 보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신남방정책은 양지역 국민들의 상호 이해를 증진하고 서로가 친구가 되도록 하는데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신남방정책은 “친(親)남방정책”으로 불리울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한국과 아세안은 번영의 공동체를 추진해야 한다. 아세안은 올해 11월 정상회의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하여 ACRF를 채택하였다. ACRF가 제시한 5개 전략 핵심 분야인 보건시스템, 인간안보, 아세안 시장 잠재력 극대화 및 경제통합, 디지털 혁신, 지속가능하고 복원력 있는 미래는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신남방정책 플러스의 7대 핵심협력 분야와 일맥상통하고 있다.
아세안은 우리의 제2대 무역상대국이자 제3위 투자대상이다. 특히, 올해 11월 체결된 RCEP은 보호무역, 일방주의를 극복하고 자유무역과 다자주의의 기치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단절된 공급망의 회복, 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greement, FTA) 체결, 우리 기업의 현지 투자와 현지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이라는 선순환 모델 구축, 언택트 사회에서의 디지털 경제전환 협력 등 공동 번영을 위한 협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하여 대표부는 한-아세안 금융협력센터, 과학기술협력센터, 산업혁신기구, 표준화공동연구센터 등 상호협력을 위한 제도적 플랫폼을 구축함으로써, 신남방정책의 가시적 성과와 성공사례를 조기에 도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아울러, 한국과 아세안은 평화의 공동체를 추구해야 한다. 우리 지역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북한 핵문제와 남중국해 분쟁이 평화롭게 해결되도록 상호 협력해야 하겠다. 또한, 기후변화, 재난, 테러 등 비(非)전통 안보분야에서도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
평화는 우리의 삶의 문제이며 경제 발전의 기초이다. 진정한 이웃은 이웃집의 어려움 해결을 위해 나서기 마련이다. 한-아세안 관계가 더 깊은 공동체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사이버안보, 메콩(Mekong) 지역의 지뢰제거 사업 등 역내 평화를 구축하는 안보 문제에 더 깊은 관심을 가지고 협력해야 하겠다.
마무리
싱가포르에 소재하고 있는 동남아연구소(ISEAS Yusof-Ishak Institute)가 2020년초 아세안 지역 관료와 학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아세안 오피니언 리더들의 신남방정책에 대한 이해와 한-아세안 관계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아직 낮은 편이었다. 이러한 인식이 하루 아침에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신남방정책을 지난 3년 간의 성과를 바탕으로 신남방정책 플러스 전략으로 업그레이드하는 등 대아세안 외교를 지속 추진하고, 가시적 성과를 보여줄 때 점차 개선될 것이다.
주아세안대표부는 신남방정책의 진정성을 아세안 여론 지도층에게 설명하고, 신남방정책의 각종 과제들이 성공리에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예정이다. 이를 위해서는 외교부와 현지 공관뿐만 아니라, 관련 부처간 협력, 그리고 민간과의 상호 작용이 긴요하다. 이러한 노력들이 힘을 합하여 신남방정책이 한-아세안 관계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우리 정부의 외교적 지평을 확대한 대표적 성공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 「아세안 이슈」에 개진된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로 한-아세안센터의 공식 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