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이슈 2020-10-15
아세안 관광산업의 코로나19 대응과 회복으로 가는 길
베니토 벵존(Benito C. Bengzon Jr.)
베니토 벵존은 필리핀 관광부 차관보 겸 아세안 관광 경쟁력 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고 있다.
한국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간 관광 협력은 서로의 문화적, 자연적, 역사적 풍부함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관광 분야를 경제성장과 사회 안정에 기여하는 하나의 동인으로 발전시킨다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발전해왔다. 이러한 협력의 맥락에서 한국과 아세안은 한-아세안센터를 설립하고, 다양한 관광 진흥 사업을 추진하는 등, 미래 번영의 씨앗을 심으며 협력과 파트너십의 시대를 맞이해 왔다.
코로나19의 창궐로 인한 세계적 위기로 관광산업은 중요한 전환점(tipping point)을 맞게 되었다. 관광산업이 겪고 있는 어려움의 정도는 지난 2009년 세계금융위기의 세 배에 달한다 . 코로나19는 관광객 감소와 매출 손실 모두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고, 세계적으로 지속되고 있는 여행 제한은 관광산업과 이에 의존하는 커뮤니티, 그리고 국가 경제를 크게 위축시키고 있다.
정책입안자의 관점에서 현재의 보건 위기는 국제협력의 틀에 도전이 될 뿐 아니라 협력 이행 과정에서 구축된 토대 역시 시험대에 올리고 있다. 아세안 회원국들이 개별, 또는 지역 협력 차원에서 수행하고 있는 대응조치는 동남아시아의 회복 역량을 보여준다. 이 글에서는 한-아세안 관광 협력 발전 메커니즘과 전망을 살펴봄으로써, 여행에 대한 불안 해소, 취약 산업 부문 지원 강화 등 아세안 관광산업이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해 취하고 있는 모범 사례와 협력 이니셔티브를 조명할 것이다.
한-아세안 관광의 꾸준한 성장
지난 10년간 한국과 아세안이 이룩해 온 관광 협력의 눈부신 성장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먼저 비약적으로 증가한 상호 방문객 교류 규모를 짚어봐야 한다. 한국을 찾은 아세안 관광객의 수는 2010년 백만 명을 돌파했으며, 2019년 말에는 약 359만 명으로 세 배 이상 증가했다 . 아세안 국가를 찾은 한국 관광객의 수는 더욱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2010년, 245만 명의 한국인이 아세안 지역을 방문했으며 2019년 그 수는 1천만 명에 달했다 . 성장세는 꾸준하게 이어져 대부분의 아세안 회원국에서 한국 관광객은 외국 관광객 중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비약적인 성장은 한-아세안 간의 활발한 협력에서 기인한 것으로, 이는 보다 우호적인 항공 정책과 인프라 개발로 이어져 신규 취항지가 늘어나는 결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이러한 성장세는 코로나19로 인한 세계 보건 위기로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되었다. 아세안 지역의 관광객 수는 2020년 1분기에만 34% 감소한 것으로 추정되며 이에 따른 관광수입도 36%가 줄어드는 등 수년간 급격히 증가해온 관광 매출이 코로나 사태로 인해 정체되는 모습을 보였다 .
회복으로 가는 길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을 완화하고자 아세안 회원국들은 다양한 조치를 동원해 관광산업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두 가지 방향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업계 관계자들에 대한 재정적, 비(非) 재정적 지원 제공과 디지털 시스템에 기반한 관광산업 구축을 위한 전폭적 지원이 그것이다 .
아세안 회원국들은 다음과 같은 정책과 프로그램을 통해 자국의 관광산업을 지원하고 있다.
● 세금 및 기타 비용의 납기유예 (적용 범위는 국가별로 상이)
● 기업 (특히 영세·중소기업) 및 실직자 대상 저리 대출 및 금융 지원
● 역량 개발 프로그램
아세안 관광장관들은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려면 아세안 관광산업이 광범위하고 적극적으로 디지털 경제 원칙을 도입하여 여행 활성화, 비즈니스 거래, 마케팅, 도착지 관리 및 운영 등을 지원해 보다 경쟁력 있고 통합된 산업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이러한 필요를 인식하여 아세안 각국 관광청(NTO)은 아세안 관광의 혁신과 디지털화의 기반이 될 「디지털 관광 선언」 발표를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세안 회원국들은 각국의 관광청을 통해 한국과 아세안 관광산업의 효과적인 회복을 촉진할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새로운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아세안 관광장관들은 관광객의 안전을 확보하고 여행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자 아세안 지역의 관광업 종사자와 여행자를 대상으로 적시에 확실한 정보를 제공하는 아세안 관광위기소통팀(ASEAN Tourism Crisis Communication Team) 운영을 강화하기로 했다. 아세안은 최소한의 기준과 프로토콜을 결합한 접근법을 통해 역내 관광 활동을 재개하고자 한다.
관광 활동을 재개할 수 있는 한가지 방법은 방역 우수 국가 간의 여행을 허용하는 ‘트래블 버블(Travel Bubble)’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관광 산업의 활동을 재개하고 해당 업계의 경기 회복을 촉진하기 위해 아세안은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에서 권고한대로 해당 지역 및 기타 접근 가능한 시장에 대한 ‘트래블 통로(travel corridor)’ 또는 ‘트래블 버블’ 제도 도입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 아세안 관광청들은 현재 역내 여행과 국제 여행을 위한 안전하고 효과적인 통로를 촉진하기 위한 조치를 마련 중이다.
‘트래블 버블’ 제도 도입을 위한 아세안 프레임워크 에 따라 ‘트래블 버블’ 제도를 수립할 때는 다음과 같은 원칙을 따라야 한다.
(1) 국가별 전염병 상황 및 예방역량-특히 감염의 위함 평가와 관련하여-에 대한 상호 인정과 신뢰, (2) 모든 ‘트래블 버블’ 제도가 여행 프로토콜에 대한 상호 인정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에 기초한 투명성과 호혜주의, (3) 아세안의 공동체 구축 프로세스를 활용한 포용성, (4) 코로나19 확산을 통제하기 위해 아세안 회원국들이 보유한 디지털 기술의 상호 운용을 확대함으로써 「아세안 트래블 버블 프레임워크」의 효과적인 이행을 위한 디지털 기술 사용 장려
마지막으로, “뉴노멀” 시장과 상품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는, 큰 매출과 규모가 이미 입증된 관광 시장에 집중해 마케팅과 상품 개발을 우선적으로 진행함으로써 산업 전체의 빠른 회복을 유도하는 것을 말한다. 단기적으로 관광산업의 초점이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시장의 잠재력 활용으로 이동하면서 아세안은 코로나19 이전의 일괄적인 대량 관광 모델에서 벗어나 단거리 시장의 접근성을 확대하고, 생태관광(ecotourism), 농촌관광(rural tourism) 등 보다 세분화된 관광 상품 포트폴리오 마련하는 등 “뉴노멀”의 기준에 적합한 관광 상품과 경험 제공에 특히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한-아세안 관광의 더 나은 뉴노멀
전세계적으로 관광산업이 사상 최악의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세안 관광산업은 한국과의 지속적이고 우호적인 협력을 통해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고, 남아 있는 위협을 완화하며,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피해손실을 새로운 지식으로 전환한다는 목표에 한층 더 다가서고 있다고 본다.
현재 한국과 아세안 관광산업은 기존의 방식을 부활시키는 것이 아니라, 관광산업에 있어 지속가능성을 모색하고 진정한 진화를 이루는 데 필요한 조치를 실행할 완벽한 기회를 맞고 있다. 이는 보건 안전, 디지털화, 환경 보존, 사회 취약계층 보호 등 다양한 분야가 될 수 있다. 지금과 같은 사상 초유의 시기에는 원칙에 기반하여 우리가 취해야 할 조치를 재가동하고 재고하며 재조정할 수밖에 없는데, 특히 관광 수입이 국가 경제의 꾸준한 성장을 견인하고 국민들의 생계수단이 되는 시대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우리 아세안은 한국의 코로나19 대처방식을 높이 평가한다. 한국의 모범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이를 아세안 회원국에 적용한다면,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을 잘 해결하고, 역내 관광산업의 회복에 박차를 가하며, 특히 지역사회 차원에서 국민들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 UN 세계관광기구(UNWTO), ‘UNWTO관광정체 비용 측정에 따른 세계관광에 미치는 코로나19의 영향’(Impact of COVID-19 in Global Tourism Made Clear as UNWTO Counts the Cost of Standstill)
- 제23차 아세안 관광장관회의, ‘아세안+3(한·중·일) 관광실적(ASEAN, China, Japan, and Republic of Korea (ASEAN Plus Three) Tourism Performance) 보고서’
- 한-아세안센터(ASEAN-Korea Centre), 2019 한-아세안 통계집.
- 아세안 각국 관광청(ASEAN National Tourism Organizations), ‘아세안 관광실적(ASEAN Tourism Performance)’
- 아세안 각국 관광청, ‘코로나19가 아세안 관광산업에 미치는 영향 및 완화 방안’에 관한 통합논문 (Impact and Measures to Mitigate the Impact of COVID-19 to the ASEAN Tourism Industry)
- 아세안사무국(ASEAN Secretariat), 트래블 버블 제도 촉진을 위한 아세안 프레임워크 개발에 관한 컨셉보고서(Concept Paper on Developing the ASEAN Framework to Facilitate Tourist Travel Bubble Schemes)
※ 「아세안 이슈」에 개진된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로 한-아세안센터의 공식 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