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이슈 2020-08-14
아세안 청년: 기술, 역량 그리고 일의 미래
ASEAN Youth: Technology, Skills and the Future of Work
2020.08.14.
몇 년 전 국내 모 기업의 ‘사람이 미래다’ 라는 광고 문구가 꽤 인상 깊었던 적이 있다. 기업 뿐 아니라 한 국가의 미래 성장에 있어 ‘사람’ 즉, 인적자원을 가장 큰 원동력이자 중요한 가치로 삼은 것이다. 이는 1989년 대화관계 수립 이래로 향후 30년을 내다보고 ‘사람 중심의 평화와 번영의 공동체’를 꿈꾸는 한-아세안 관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특히, 평균연령 30세 그리고 15-35세 인구 비율이 전체 아세안 인구의 61%를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아세안 청년이야말로 아세안의 발전과 한-아세안 관계에 있어 매우 중요한 플레이어이기에 이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무엇을 바라는지 아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아세안 청년들의 중요성을 인식한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재단은 아세안 젊은이들의 견해와 관심사를 파악하기 위해 아세안 10개국의 15-35세 청년들을 대상으로 매년 설문조사를 시행해오고 있다. 그리고 지난 2019년에는 아세안 청년들의 일과 역량에 대한 인식, 그리고 과학기술이 미래 직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아세안 이슈에서는 세계경제포럼 재단이 발간한 “ASEAN Youth: Technology, Skills and the Future of Work” 보고서를 통해 아세안 공동체 발전의 핵심인 아세안 청년들의 특성과 이들을 위한 아세안 역내외의 노력을 살펴보고자 한다.
■ 아세안 청년,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변화 속 역량 개발에 대한 높은 의지 보여, 평생 학습 환경 마련 등 인적자원 개발에 대한 투자 필요
블록체인,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자율주행 등 아세안 청년들은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기술 변화와 이러한 기술 발달이 고용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 중 52.4%가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본인의 기술과 역량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답했다. 응답자 20%는 현재 그들이 보유한 기술이 향후 5-10년 이내에 필요 없어질 것이며, 15.8%만이 현재 보유한 기술이 평생 유효할 것이라 생각했다. 국가별로는 태국 청년들이 현재 보유한 기술에 대한 자신감이 가장 높았으며, 베트남 청년들의 기술 개발에 대한 의지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즉, 아세안 청년들은 평생 학습과 더불어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거나 투자하는데 강한 의지가 있으며 높은 성장 마인드(growth mindset)를 갖고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이직을 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보다 많은 임금이나 인센티브가 아닌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성장할 기회라고 답했으며, 일부 응답자는 실직을 한 이유로 그들이 보유한 기술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거나 새로운 기술이 그들의 일자리를 대체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아세안 청년들의 기술 및 역량 개발에 대한 이러한 관심은 일에 대한 태도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응답자의 대다수가(81.4%) 인턴십이 학교에서의 직업훈련과 동등하거나 더 중요하다고 답한 것을 비추어 볼 때, 아세안 청년들의 인턴십과 직장 내 훈련 등 OJT에 대한 수요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러한 수요에 비해 일에 필요한 가장 중요한 기술을 현장 실습을 통해 배웠다고 응답한 비율은 14.1% 밖에 되지 않는 등 실제 역량 개발 및 기술 훈련에 대한 현장 교육 기회는 아직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이러한 청년들의 니즈를 반영하고 양질의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인적 자원 개발에 대한 투자 확대와 평생 학습을 위한 환경이 아세안 내에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다.
■ 아세안 청년들의 미래 희망 직종 1순위는 청년 기업가 또는 스타트업으로 나타나, 전통적 근무 환경보다는 다국적 기업 근무와 기술 분야 업종 희망
그간 제조업, 건설업 등 전통적 산업 분야가 아세안 노동 시장의 근간이 되어왔으나, 아세안 청년들은 향후 청년 기업가가 되거나 스타트업에서 근무하는 것을 가장 선호한다고 답했다(31.4%). 또한 중소기업 보다는 다국적 기업에서 일하기를 희망하는 경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부분은 청년 기업가가 되길 희망한다는 답변이 국가별로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최근 유니콘들을 많이 배출한 영향 탓인지 인도네시아 청년들의 답변이 35.5%로 가장 높은 반면, 싱가포르 청년들이 16.9%로 가장 낮았다.
또한, 향후 기술 분야에서의 근무를 희망한다는 답변이 16%로 현재 기술 분야 종사자의 비율(7%)보다 더 높았으며, 제조업이나 건설업 등 전통적 산업분야에 대한 근무 희망률은 낮았다. 특히 인력 양성과 직결된다고 볼 수 있는 교육 분야에서도 미래 종사 희망률(5%)이 현재 종사자 비율(8%)보다 낮게 나타나 향후 아세안 각 국가가 시행할 교육 정책 및 프로그램들을 현장에서 수행할 전문가가 점차 부족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 하드 스킬보다 소프트 스킬을 더 중요하고 자신 있는 역량으로 여겨
설문조사 결과, 아세안 청년들은 감정지수, 회복탄력성, 적응력 등 소프트 스킬을 소위 STEM이라 일컬어지는 하드 스킬보다 더 중요하게 여겼다. 그리고 아세안 청년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기술로는 ▲창의력과 혁신 ▲어학능력 ▲전자상거래 등 기술 활용 가능성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가장 덜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술로는 ▲데이터 분석과 ▲수·과학을, 그리고 다른 기술에 비해 가장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기술로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과 같은 기술 디자인과 ▲데이터 분석으로 답했다.
소프트 스킬과 함께 디지털 플랫폼 관련 지식에 대한 중요성은 전자 상거래 플랫폼, 온라인 결제 시스템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소규모 사업가가 되길 희망하는 아세안 청년들의 열망을 잘 보여준다. 특히 아세안 청년들은 창의성과 혁신에 대해 스스로 높게 평가했으며, 응답자의 46.4%가 향후 3년 이내에 해외 근무를 희망하므로 어학 능력을 중요한 기술로 여겼다.
각 국가별로 살펴보면 아세안 내에서도 중요한 산업 구조가 국가마다 상이하므로, 아세안 청년들이 높이 평가한 역량 역시 어느 정도 차이를 보였다. 관광업 등 서비스업이 강한 태국의 청년들은 감성지능과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높이 평가했고, 비즈니스 프로세스 아웃소싱 산업이 발달한 필리핀의 청년들은 기술 디자인이나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을, 그리고 부가가치 활동에 대한 관심이 높은 싱가포르의 청년들은 분석 및 비판적 사고에 보다 무게를 두었다.
■ 아세안 청년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이니셔티브, 그리고 한-아세안 협력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전 세계 패러다임의 변화와 AI의 등장으로 노동력이 대체 가능해짐에 따라 이러한 기술의 발전이 어떤 변화와 미래를 가져올지 아직 장담할 순 없지만, 노동시장에 미칠 변화는 분명하다. 그렇기에 아세안의 빠른 디지털화와 더불어 새로운 기술 습득에 대한 강한 의지와 수요를 지닌 아세안 청년들의 역량 개발을 위해 아세안 안팎으로 다양한 이니셔티브들이 추진되고 있다.
우선 아세안 역내의 노력을 살펴보면, 아세안 국민의 아세안 정체성 및 인식 제고를 위해 설립된 ASEAN Foundation(인도네시아 소재)은 아세안 청년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 강화 교육 사업들을 추진 중이다. 미래에 대비한 아세안 청년을 양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와 공동으로 「ASEAN Digital Innovation Programme」을 운영, 15-35세의 취약 계층 아세안 청년들을 대상으로 양질의 디지털 기술 교육, 특히 컴퓨터 과학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독일 SAP과는 아세안 회원국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데이터 기반 제안 대회를 개최함으로써 참가 학생들이 보다 나은 아세안 국민들의 삶을 위해 기술을 활용한 솔루션을 개발한다.
아세안 외부에서 추진 중인 이니셔티브로는 상기 언급된 설문조사를 시행한 세계지식포럼 재단에서 지난 2018년부터「ASEAN Digital Skills Vision 2020」를 추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기술을 갖출 수 있도록 아세안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시행중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부를 두고 아시아의 개발을 목적으로 한 비영리단체인 아시아재단(The Asia Foundation) 역시 「Go Digital ASEAN」란 이니셔티브를 통해 아세안 내 성장하는 디지털 경제에서 소외된 취약 계층, 특히 농촌 등 지방에 거주하는 저취업 청년들에게 디지털 기술을 전수함으로써 아세안 내 경제적 기회를 확대하는데 애쓰고 있다.
한국 역시 IT 및 디지털 분야의 강점을 지닌 만큼 아세안 청년들을 포함한 아세안 국민들의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해 교육 및 인적교류 등 협력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특히, 지난 2019년 부산에서 개최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서는 아세안 청년들의 역량 개발을 위한 양 지역의 협력 방안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그 결과, 공동 비전성명에는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협력을 확대, 역내 국민들이 IT 관련 기술과 지식을 배양하게 함으로써 디지털 역량 함양(제3조3항) ▲아세안 국민들을 위한 기술직업교육훈련(TVET) 프로그램 및 장학금과 교육 교류 강화(제4조4항) ▲청년 교류 협력 확대 및 청년들의 사회적 기업가 정신 함양(제6조2항) ▲평생교육 및 21세기 기술훈련 등 포용적 교육 촉진(제6조4항) 등과 같은 내용이 담김으로써, 아세안 청년들의 기술 개발, 스타트업과 청년 기업가에 대한 열망이 실현될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했다.
한-아세안센터 역시 설립 이래 한국과 아세안 청년에 주목하고 주한 아세안 유학생을 포함한 양 지역 청년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인식 제고 및 인적·학술 교류 사업을 시행함으로써 청년들의 역량 제고 및 차세대 인력 양성에 앞장서왔다. 청년 기업가 정신 함양을 위한 창업 경진대회와 멘토링으로 구성된 「한-아세안 청년 포럼」을 개최해왔으며, 한국과 아세안 미래 협력의 주요 어젠다인 스마트시티, 글로벌 디지털화 등을 주제로 한국과 아세안 청년 80여명이 모여 관련 현장을 방문하고 전문가들과 논의하는 「한-아세안 청년 네트워크 워크숍」을 지난 2013년도부터 시행해왔다. 앞으로는 이러한 시대적 흐름과 아세안 청년들의 관심을 반영하여, 디지털화(Digitalization)를 주제로 한 사업들도 구상 중에 있다. 또한 주한 아세안 유학생이 약 6만명에 이르는 만큼 각국을 대표하는 아세안 청년들과 함께 「한-아세안 유쓰 토크 (ASEAN-Korea Youth Talk)」 란 신규 프로그램을 통해 이들의 생각을 들어보고, 우리가 잘 몰랐던 아세안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해 흥미롭게 풀어나갈 예정이다.
누군가 한국과 아세안의 미래는 어디에 있는가? 라고 묻는다면, 한국과 아세안 미래의 새로운 30년을 견인할 주체로서, 사람 중심의 한-아세안 공동체 구축을 위해서는‘한국과 아세안 청년이 미래다!’라고 답할 것이다.
[참고문헌]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2019, “평화, 번영과 동반자 관계를 위한 한-아세안 공동 비전성명”
World Economic Forum, “ASEAN Digital Skills Vision 2020”
World Economic Forum, 2019, “ASEAN Youth: Technology, Skills and the Future of Work”
Asia Foundation Homepage. 2020.08.11
ASEAN Foundation Homepage. 2020.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