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esthetics of Sumatra
토바 호수와 매끄럽게 이어지는 수마트라의 산맥.
세계에서 6번째로 큰 섬인 수마트라는 최장 길이가 1790km, 너비는 최대 435km에 달한다. 섬은 크게 서쪽의 산지와 동쪽의 습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섬의 최고봉인 케린치산과 바리산산맥을 뼈대 삼아 그 골격을 더듬어보자. 서쪽 고지대에는 활화산이 급격한 경사를 이루고 있다. 약 7만4000년 전에 불을 뿜었던 화산은 토바 호수와 같은 칼데라를 빚어냈다. 동쪽 저지대는 산과 강에서 흘러내린 토사로 인해 광활한 늪이 형성되었다. 때문에 농업에는 적절하지 않지만 야자유와 석유 등 토양 위와 아래에서 기름을 생산해내 풍요의 땅으로 여겨진다.
심각한 멸종위기에 처한 수마트라호랑이.
올곧은 숲의 직선
가장 깊숙한 밀림으로, 밀림으로!
수마트라의 가장 높은 지점 해발 3805m에서 여정을 시작해본다. 케린치산Kerinci Mountain은 섬의 북서쪽 끝에서 남동쪽 끝으로 이어지는 화산으로 정상에 600m 너비의 깊은 분화구가 자리한다. 1877년 네덜란드 출신 등반가인 아렌드 루돌프 반 하셀트Arend Ludolf van Hasselt와 다니엘 데이비드 베스Daniël David Veth가 처음 이곳을 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케린치산의 정상을 왕복하는 데는 1박 2일 정도가 소요된다. 단, 건기에 소량 내리는 이슬비에도 땅이 금세 진득하게 변하므로 반드시 가이드와 동행해야 한다. 등반을 하다 보면 약 1만 년 전 산 주변에 정착한 케식웍게당웍Kecik Wok Gedang Wok 부족의 후손과 마주칠 수도 있다.
부킷 라왕Bukit Lawang이라 불리는 작은 마을에서는 지속 가능한 정글 트레킹을 제공한다. 이 마을은 5000여 마리의 오랑우탄이 거주하는 동물보호구역이기도 하므로 정글 내에서는 인도네시아 관광가이드협회인 ITGA가 승인한 현지 가이드의 인솔하에 세부 규정을 엄수해야 한다. 오랑우탄을 포함한 모든 야생동물과 적정 거리를 유지하고 먹이를 주거나 손을 내밀어서는 안 된다. 또한 야생동물에게 스트레스를 줄 만한 소음이나 조명도 엄격히 금한다. ‘발자국과 추억만 남길 수 있다’는 것이 이 트레킹의 핵심이다. 트레킹을 마친 후에는 마을에서 진행하는 쿠킹 클래스, 에코 프린팅, 빌리지 투어 등에 참여해보자. 참고로 정글 트레킹 수익의 일부는 지역의 환경 보존과 교육 개선에 힘쓰는 부킷 라왕 트러스트 에듀케이션Bukit Lawang Trust Education에 기부된다.
수마트라의 더욱 깊숙한 밀림을 탐험해보고 싶다면 웨이 캄바스 국립공원Way Kambas National Park으로 향하자. 부지가 1300km2에 이르는 이곳은 생물다양성을 지닌 천혜의 보고나 다름없다. 특히 약 400마리밖에 남지 않은 수마트라호랑이를 비롯해 수마트라코뿔소, 수마트라코끼리, 테이퍼tapir, 킨카주kinkajou 같은 현지 5대 포유류를 관찰할 수 있다. 이들을 포함해 국립공원에는 50종의 포유류, 6종의 영장류, 406종의 조류가 서식하는데 이 중 대다수가 심각한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고 한다. 여행자로서 여정 뒤에 수반되어야 할 책임감에 대해 고민해본다.
자료 제공: 내셔널 지오그래픽 트래블러 (National Geographic Traveler), 한-아세안센터 (ASEAN-Korea Cent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