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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Indone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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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맑음 32℃

  •   | 원

  • 언어

    인도네시아어, 영어, 네덜란드어, 지역 방언

  • 면적

    1,904,569km²

  • 인구

    2억7,062만5,568명(2019년 기준, 출처 The World Bank)

  • 수도

    자카르타(Jakarta)

인도네시아Indonesia

 

인도네시아Indonesia

인도네시아_

용이 산다, 코모도섬(Komodo Island)2020-03-04

플로레스 항해일지-용이 산다, 코모도섬(Komodo Island)

플로레스 섬은 동·서 길이만 450km, 인구 약 200만의 섬으로 이전에는 유명한 발리에 가려졌지만 이제 이 섬은 독특한 휴양지가 되었다. 깨끗한 호수와 폭포에서 수영할 수 있고, 50가지의 다이빙 장소에서 다이빙을 할 수 있으며, 바위투성이의 해안선과 맹그로브 해안에서 카야킹을 하거나, 불가사의한 동굴을 탐험하기도 하고, 플로레스 주민들의 의식과 춤과 생활을 엿볼수도 있다. 플로레스의 모험, 다이빙, 에코투어와 선사 시대의 유산, 전통 마을과 문화 행사에 방문 할 수도 있다. 플로레스에서 이국적인 물 속 생명을 발견하고, 코모도 바다의 깨끗한 바다에서 다이빙하고, 돌고래와 같이 수영하는 것이 가능하다.

우리는 새벽녘, 배에 올랐다. 인도네시아에는 약 1만7천개의 섬이 있다. 하루마다 1개의 섬을 여행한다면 꼬박 47년 하고도 5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린다. 소순다 열도에 위치한 플로레스(Flores) 역시 인도네시아의 수많은 섬 중 하나다.

플로레스는 포르투갈어로 꽃을 뜻하는데, 과거 이 지역에서 포르투갈인들의 무역이 성행했을 때 붙여진 이름이란다. 꽃(Flores)은 흔들리며 아름다워지는 법이고, 항해도 그렇다. 플로레스를 탐험하는 수많은 방법 중 항해가 가장 아름다운 이유다.



오전 10시, 피니시(Pinisi)의 선실이다. ‘피니시’는 인도네시아 전통 목선이다. 인도네시아의 조상들이 세계 7대양을 누비며 살아왔음을 의미하는 7개의 주 밧줄을 이용한 닻과 2개의 마스터가 있으며 쇠못을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목재만을 이용해 이음새를 맞춘다.

피니시는 크게 람보(Lambo)와 팔라리(Palari)로 구분된다. ‘팔라리’는 고전적인 형태의 피니시이며 보통 ‘람보’보다 선체가 작다. 현재 운용되는 대부분의 피니시는 긴 선체와 곧은 선미가 특징인 ‘람보’다. 선체에 마련된 방은 성인 한 명이 몸을 뉘면 가득 찰 공간이다. 침대 끝에 걸터앉아 망연히 바라본 창밖에는 섬과 바다가 흐른다, 여전히.



정오 무렵부터 심히 울렁이기 시작했다. 배의 가장 후미진 곳에서 머물던 막내 선원이 다가와 나를 다독인다. 걱정하지 말라고, 물고기도 먹고 살아야 하지 않겠냐며. 불상사가 일어나기 전, 다행스럽게도 배는 정박했다.



신경을 곤두세웠다. 배가 정박한 곳이 라부안 바조 서쪽에 자리한 코모도섬이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도마뱀이 산다. 호기심이 많고, 추리도 가능하다. 가끔 어리광도 피운다는데, 썩 달갑지 않다. ‘너는 이따 꼭 먹어 줄게’ 정도의 크기라서. 분명 도마뱀인데, 그것을 마주하고 호칭의 이유를 알았다. 선원들은 그것을 용이라고 부른다, 코모도 드래곤(Komodo Drangon).

코모도와 주변 섬에는 수천마리의 야생 코모도 드래곤이 살고 있다. 덕분에 코모도섬을 비롯한 인근의 섬과 해역은 코모도 국립공원(Komodo National Park)으로 지정되었고, 1991년부터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보호받고 있다.

코모도섬에는 약 1,700마리의 코모도 드래곤이 살고 있는데 성체의 경우 평균 2.3m에 80kg 정도까지 나간다. 코모도 드래곤은 후각이 상당히 뛰어나다. 공기 중의 분자를 감지할 수 있는 야콥슨 기관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뱀처럼 노란 혀를 주기적으로 날름거려 분자를 감지한다. 코모도 드래곤의 사냥 방법은 심플하다. 달려가서 물어 죽인다. 코모도 드래곤의 입 안에 있는 박테리아가 사냥감을 서서히 죽게 만든다고 알려졌지만, 사실 박테리아는 보너스다. 코모도 드래곤은 턱 아래에 피를 굳게 만드는 독샘(응혈 독)을 가지고 있다. 코모도 드래곤의 개체 보호와 관광객의 위험을 최소화 하기 위해 섬을 둘러볼 때는 코모도 레인저들과 필히 동행해야 한다. 레인저들은 Y자 모양의 긴 막대기(코모도 드래곤의 목을 누르기 위함)를 들고 다니며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만, 정작 코모도 드래곤은 느긋하다. 점심을 막 마친 오후 2시, 자비로워지고, 나른해지는 시간이라서.



플로레스 항해일지-파다르섬
봄을 닮은 해변, 핑크 비치(Pink Beach)




서둘러 채비를 마치고, 코모도섬을 떠났다. 동쪽을 향해, 또다시 바다를 가른다. 해가 바다에 잠기기 직전, 두 번째 정박지에 멈춰 섰다. 그곳에는 분홍빛 해변이 있었다. 발그레한 해변을 덮고 있던 하늘은 마침 또 붉었다. 노을 질 무렵, 핑크 비치(Pink Beach)에 도착했다.



지구상에 수많은 해변 중 핑크색 모래사장을 거닐 수 있는 해변은 단 일곱 곳뿐이다. 버뮤다, 바하마의 하버 아일랜드, 필리핀의 산타크루즈, 이탈리아 부델리섬, 네덜란드의 보네르, 그리스의 바로스 그리고 바로 이곳, 코모도 국립공원에 위치한 핑크 비치다.



분홍을 한 움큼 퍼 손에 쥐었다. 빠르게 흩어지는 것들 중 흰 것은 모래고 붉은 것은 붉은 파이프 오르간 산호의 알갱이이다. 차가운 파도가 모래와 붉은 산호 알갱이를 한참 흔들고서야 완연한 분홍이 피는 것이 마치 이른 봄의 벚꽃 잎과도 같다.

그토록 파랗던 하늘도, 바다도 온통 분홍이 가득이다. 넋 놓고 바라보는데 세찬 파도가 나를 덮쳤다. 흰옷에 가득 물든 바다는 다신 하얘질 수 없는, 분홍색이었다. 봄을 닮은 기분이다.


최선을 다해 바라보는 일



시곗바늘이 북쪽을 향해 겹친 밤, 침대 끝에 걸터앉아 망연히 바라본 창밖에는 별과 달이 흐른다. 몸을 뉘어 잔뜩 웅크린다. 고시원을 연상케 하는 작은 선실. 이 밤이 지난다면 남을 것은 꿈에서 깬 나뿐이다. 지금의 밤을 곧 어제라고 말해야 한다는 사실이 서글퍼, 어둠을 견뎌 본다. 귀를 막는다.

낡은 배와 파도가 몸 비비며 내는 얕은 신음은 여전하다. 건너편 선원실에서는 굉음이 여럿 들린다. 저녁으로 먹었던 생선은 어지간히도 소화가 잘되는 모양이다. 답답한 마음에 갑판 위로 올랐다. 세상은 검고, 별이 빛난다. 눈을 질끈 감았다. 세상은 여전히 검고, 흔들림은 더욱 선명해진다. 아무래도 어두운 이 밤을, 좀 더 즐기기로 한다.



넋 놓고 밤을 감상하고 있던 그때, 비릿한 담배 냄새가 나를 덮쳤다. 새벽을 알리는 갑작스러운 선원의 방문이었다. 머리를 감지 않은 채 갑판 밑을 내려다보니 애처로운 작은 보트 한 척이 흔들리고 있다. 예감이 스쳤고, 틀리지 않았다. 코모도 국립공원은 ‘누사뜽가라(Nusa Tenggara)’주에 속한다. 인도네시아어로 누사(Nusa)는 ‘섬’을 의미하고 ‘뜽가라(Tenggara)’는 남동쪽을 의미한다. 즉, 코모도섬 말고도 둘러봐야 하는 섬이 가득하다는 소리다. 작은 보트 위로 옮겨 타, 세 번째 정박지인 파다르섬(Padar Island)으로 향했다. 보트는 약 15여 분 동안 검은 바다를 갈랐다. 꿈처럼 어두운 하늘은 별을 빛냈고, 꿈보다 어두운 바다는 하늘을 빛냈다.

파다르섬은 코모도 국립공원 내에서 코모도섬과 린차섬 다음으로 면적이 크다. 동이 트기 전, 섬의 정상을 오르는 것이 목표다. 앞길을 밝혀 줄 선원 한 명과 어둠을 헤치기 시작했다. 가파르진 않지만 30분쯤의 여정 끝, 섬의 가장 높은 곳에 도착했을 때 동이 트기 시작했다. 듬성듬성 자란 팔미라(Palmyra) 야자를 제외하곤, 구릉은 전부 초원에 뒤덮여 있다. 빛이 가장 먼저 비춘 곳은 오른쪽, 화이트 비치다. 곧 왼쪽의 블랙 비치와 핑크 비치에도 빛이 한껏 깃든다. ‘경이롭다’라는 표현으론 섬의 곡선을 대신하긴 힘들다. 태초의 것을 감상하는 방법은 그저 넋 놓고 바라보는 것뿐이다. 파다르섬의 경관 앞에서는 그것이 최선이다.


글·사진 강화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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