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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Lao PDR

  • AM 5:15

  • 맑음 32℃

  •   | 원

  • 언어

    라오어(공용어), 프랑스어, 영어

  • 면적

    236,800km²

  • 인구

    716만9,455명(2019년 기준, 출처 The World Bank)

  • 수도

    비엔티안(Vientiane)

라오스Lao PDR

 

라오스Lao PDR

라오스_

경건하고 우아하게, 루앙프라방 LUANG PRABANG2020-03-19

경건하고 우아하게
루앙프라방 LUANG PRABANG


루앙프라방의 아침은 주홍

인구 약 6만의 작은 도시, 루앙프라방은 라오스 북부에 위치해있다. 13세기경 란쌍 왕국으로부터 이어진 왕국의고풍스러운 자취, 프랑스 식민지 시절부터 이어진 문물과 음식, 라오스만의 자연과 여유. 이 모든 것이 한데 어우러진 루앙프라방에는 80여 개의 사원과 프랑스 콜로니얼 건물이 있다. 라오스의 전통 양식과 19세기 유럽 건축이 현재까지 잘 보존되어 도시 전체가 1995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루앙프라방의 아침은 주홍 물결로 시작된다. 동트기 전부터 맨발로 무릎을 꿇고 앉은 여인의 눈매는 주홍색 가사를 입은 승려들이 다가오자 부드럽게 풀리고, 바구니의 음식은 발우(鉢盂, 절에서 쓰는 승려의 공양 그릇)로 옮겨진다. 또 다른 여인은 쑥스러운 듯 웃다가 주홍 행렬 앞에서 빳빳하게 긴장한다. 주홍색 물결도 소소하게 흔들린다. 동자승들은 음식 앞에서 감정을 감추지 못하지만, 행렬의 맨 앞에 선 나이 든 승려는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발우에 음식을 받는다.


라오스 남자들은 어린 시절 3개월에서 1년가량 승려로 살아간다. 우리나라에서 ‘군대 다녀왔느냐, 어느 부대 소속이었냐’처럼 ‘어느 절에 있었느냐’가 중요하다고.

시주의 끝에 작은 아이가 있다. 아이가 내민 비닐봉지 안으로 승려들이 시주받은 음식을 툭, 툭 떨군다.새벽 탁발에서 받은 음식만으로 하루의 식사를 해결한다는 그들의 나눔에 시주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 문득 부끄럽게 느껴진다. 진정한 무욕과 무소유를 마주하자 살면서 덕지덕지 붙었던 욕심도 쓱 사라지는 것 같다.



탁발(Tak Bat)은 이벤트나 축제가 아니라 라오스 사람들의 생활이자 경건한 풍습이다. 누구나 참여 또는 참관할 수 있지만 조용한 그 시간을 존중해야 한다. 여행자들이 그들의 삶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그 새는 어디로 갔을까



동이 트고 골목이 밝아 오면 아침 시장으로 간다. 각양각색의 식재료에 눈의 휘둥그레지고 큼지막한 물고기, 고깃덩어리에 놀란다. 두꺼비 구이와 쥐 구이에서는 시선을 뗄 수가 없다. 탁발로 하루를 맞이하는 라오스의 아침 시장에는 분주한 활기가 가득하다.



80여 개의 사원 중에 꼭 가 봐야 할 사원을 하나 꼽으라면 누구나 제일 먼저 이야기할 만한 곳이 왓 씨앙통(Wat Xieng Thong) 사원이다. 씨앙통은 루앙프라방의 옛 이름으로 ‘황금 도시의 사원’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름에 알맞게 규모, 완성도, 역사성, 예술성 등 여러 면에서 최고로 꼽히는 사원이다. 붉은 벽에 색색의 유리로 장식된 영롱한 생명의 나무, 부처 탄생 2,500주년을 기념하는 유리 모자이크, 와불상과 고전적인 건축 양식도 아름답지만 씨싸왕웡 왕의 운구차가 있는 장례법당에서 한참을 서성이게 된다. 씨사왕웡(Sisavang Vong)왕은 1904년 프랑스 보호국이었던 루앙프라방 왕국의 국왕으로 후에, 입헌군구제인 라오스 왕국의 초대 국왕이 되었다. 씨싸왕웡은 죽은 뒤 왕을 상징하는 머리 7개의 나가(Naga, 도시의 수호신인 머리를 7개 가진 뱀)가 장식된 12m의 화려한 운구차에 실렸지만, 그의 아들 왓타나는 라오스 공산당인 빠텟라오에게 체포되어 동굴 속에서 최후를 맞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래된 역사책의 이야기인가 싶지만, 고작 1975년의 일. 지금과 비교하면 40여 년 전의 라오스는 혁명과 격동의 시대였다. 천년의 화려함은 덧없이 져 버렸지만, 라오스 사람들은 지금 더없이 평화롭다. 운구차 뒤쪽에 비를 기원하거나 평화를 원하는 부처상들이 유독 차가워 보이는 까닭은 그 때문일까. 아등바등 쥐고 있던 삶을 돌아본다.



푸시(Phou Si) 전망대에 오르는 길, 얼기설기 만든 작은 바구니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니 꼬마 아이가 어설픈 한국어로 말을 건넨다. “방생!” 방생? 바구니 안에는 작은 새가 있다. 신성한 산, 푸시 정상의 황금 탑(That Chomsi)에는 여행자들이 저마다 좋은 자리를 잡고 일몰을 기다린다. 루앙프라방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새를 하늘로 날리거나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차츰차츰 메콩강과 주변이 주홍빛으로 물든다. 문장을 고쳐 써야 할까. 루앙프라방의 아침과 저녁은 주홍색이다, 라고.

알록달록한 옥색 시간



루앙프라방에 간다면 빼놓을 수 없는 곳, 대표적인 관광지인 꽝시폭포(Kuang Si Waterfall)는 소수민족 마을인 몽족 마을을 지나 한 시간 정도 달리면 금세 도착한다. 야생 곰 보호소에서 유유자적 노는 검은 곰들에게 인사를 하고 조금만 오르면 이내 탄성이 절로 나온다. 옥색 물이 계단식으로 흐르는 자연 그대로의 풀장에선 전 세계에서 몰려든 사람들이 각자의 시간을 즐긴다. 그들의 표정엔 여유가 만연하다. 물속으로 들어가 옥빛 풍경의 일부가 되거나 쏟아지는 물줄기 사이로 발을 담그거나 거대한 폭포를 마냥 바라보거나 입구에서 미리 사 온 바게트 샌드위치를 먹거나, 어떤 일을 하더라도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의 손길에 마음마저 은은한 옥색으로 물든다.


글·사진 이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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