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anmar: The Undiscovered Land
야태판 동굴사원 안에서 밖을 바라보면 파안의 드넓은 풍경이 펼쳐진다.
신비로운 동굴사원
석회 동굴 속 사원. 그러니까 동굴이자 사원이다.
파안 시내에서 약 15km 거리에 있는 코군 동굴Kaw Goon Cave. 스님에게 입장료를 지불하고 이곳의 예에 따라 신발과 양말을 벗은 채로 사원을 찬찬히 둘러본다. 동굴의 벽면부터 절벽까지 정교한 불상 조각이 마치 부조를 새긴 듯 무수히 장식되어 있다. 언뜻 보면 모두 똑 같은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저마다 형상이 다른 것이 매우 섬세하다. 약 1000년 전 예술 작품이라는 점에 놀랄 수밖에 없다. 타톤Thaton 왕국의 마누하Manuha 왕이 전투에서 패하고 이 동굴을 은신처로 삼으며 만들어졌다는 설이 전해진다. 봉헌 비문 등도 남아 있다고. 이런 까닭에
코군 동굴은 고대 미얀마의 역사, 문화, 종교, 언어, 건축학적으로 가치가 높은 곳이라고 한다. 내부는 크지 않으나 친근한 와불상이 맞이한다. 코군에서 툭툭을 타고 10여 분 거리에 있는 야태판 동굴Yathet Pyan Cave 역시 마누하 왕이 머문 곳이다. 미얀마인으로 한국에서 활동하는 가수 완이화의 뮤직비디오에 등장한 장소이기도 하다(완이화의 고향이 파안이라고). 산 중턱에 있는 동굴 사원으로 향하는 오르막 계단 길에 각종 전설을 주제로 한 불상의 행렬이 이어진다. 동굴 안에 들어서자 천장에 뚫린 틈새 사이로 비치는 빛줄기가 묘한 느낌을 더한다. 곳곳에서 여러 와불상을 마주한다. 파안의 동굴 사원에서는 유난히 누워 있는 불상을 자주 만날 수 있다.
와불에는 두 가지 예가 있다고 한다. 열반상은 팔이 자연스럽게 바닥에 내려온 채로 발은 가지런히 포개져 있다. 휴식상은 팔로 머리를 받치고 발은 포개지 않은 채로 뻗은 모습이다. ‘와불이 일어나면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는 어떤 희망적 의미가 담겨 있는 걸까?’ 잠시 생각에 잠긴다. 코군과 야태판 동굴은 모두 우기(6~10월)에는 일부 접근할 수 없으므로 여행 시기를 고려해야 한다. 이번에는 파안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긴 사단 동굴Sadan Cave이다. 입구부터 거대한 동굴 속으로 홀리듯이 빨려 들어간다. 동굴 깊숙이 다채로운 종유석과 불상 그리고 불탑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마치 동굴을 지탱하는 거대한 기둥 같은 석주 역시 탑처럼 보이고 석순은 작은 불상 같기도 하다. 자연이 빚은 동굴 생성물에서도 신령스러운 기운이 느껴진다. 동굴 안에는 선사시대 유적도 보존되어 있다. 암흑 속에서 빛을 쫓다 보니 다시 바깥세상이 나타난다. 이제 나룻배를 탈 차례. 작은 호수를 지난 후 물길 따라 또 다른 동굴과 카르스트 지형 탐험이 이어진다. 석양 무렵에는 일명 박쥐동굴이라 불리는 린노 동굴Linno Cave로 향한다. 하얀 불탑 앞에 자리를 잡고 때를 기다린다. 해 질 녘 박쥐 떼가 사냥하기 위해 동굴 밖으로 나와 주황빛으로 물든 살윈강 너머 하늘을 날아다니는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 바위 위 사원
호수 가운데 우뚝 솟은 독특한 바위 위에 자리한 짜욱칼랍Kyauk Kalap 사원. 깎아지른 듯한 아슬아슬한 바위에 오르면 사원을 둘러싼 인공호수는 물론 주변의 드넓은 들판과 즈웨가빈산까지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미얀마 사람들은 이곳을 자연과 신앙의 접점으로 여긴다.
탄다웅지 마을에서 기독교 문화를 접한다.
이채로운 탄다웅지
미얀마 사람들의 작은 휴양지로 피서를 떠나본다.
카인주 북부에 자리한 작은 마을 탄다웅지Thandaung Gyi. 해발 1470m에 위치해 여름에도 시원한 편이다. 그래서 과거 영국의 미얀마 통치 시절, 영국인들이 휴양지로 자주 방문했다고 한다. 마을의 건축물에도 당시의 흔적이 남아 있다. 탄다웅지 지역사회는 지속 가능한 여행을 위해 다 함께 힘을 모으고 있다. 공인 자격을 갖춘 현지 가이드가 안내하는 투어 등을 운영하는 것. 그중 가장 유명한 나우부바우산Naw Bu Baw Mountain 트레킹에 나선다. 아침 일찍 출발해 때 묻지 않은 자연 속에서 야생동물을 조우하고 정글을 가로질러 장엄한 폭포에 이른다. 어느덧 점심시간이 되면 카렌식으로 소수민족의 전통 풍미를 즐겨볼 수 있다. 나우부바우산은 기도산Prayer Mountain이라고도 불리는데, 다수의 예배당을 지나 정상에서 거대한 십자가를 마주하며 그 이유를 알게 된다. 이곳이 기독교인 카렌족에게 중요한 순례지라는 것도. 탄다웅지 마을 중심에는 성 베드로 대성당과 성 조지 성공회 교회가 자리하며, 마을의 다리 근처에는 스리 두라카 다비 힌두 사원Sri Duraka Dayvi Hindu Temple도 있다. 미얀마는 불교 문화로 가득할 것이라는 편견이 깨진다. 트레킹의 피로를 타우파지Taw Pyar Gyi에서 풀며, 이 마을에서 생산한 향긋한 차를 음미한다. 그림 같은 차밭을 둘러보고 영국인이 지은 100년 넘은 제다 공장에 직접 방문해봐도 좋다. 마을 특산물인 망고스틴 등을 생산하는 지역 농장을 둘러보며 재배, 수확, 포장 과정을 살펴볼 수도 있다. 푸짐하고 달콤한 과일은 덤. 오래된 영국식 요새 더 브리티시 힐 스테이션The British Hill Station에 올라 탄다웅지 마을을 360도로 감상하며 여정을 마무리한다. 탄다웅지 여행은 10월부터 5월까지 성수기이므로 이때 숙소는 미리 예약하는 편이 좋다.
자료 제공: 내셔널 지오그래픽 트래블러 (National Geographic Traveler), 한-아세안센터 (ASEAN-Korea Cent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