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ling through the Alleys of George Town
페낭 페라나칸 맨션 내부에서는 다양한 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
(ⓒTOURISM MALAYSIA)
변화무쌍한 취향
페라나칸의 미묘한 정체성이 빚어낸 공간들.
캐논 스트리트Cannon Street를 중심으로 다채로운 차이니스 문화를 경험해보는 건 어떨까. 북쪽으로 처치 스트리트Church Street와 맞닿은 길가에 위치한 페낭 페라나칸 맨션Pinang Peranakan Mansion이 가장 먼저 눈길을 끈다. 페라나칸이란 말레이시아인과 중국인 사이에 태어난 자손 또는 그들의 혼합된 문화를 뜻한다. 이 문화에는 영국, 포르투갈, 네덜란드 등 식민지 시대의 다양한 문화도 함께 뒤섞여 대륙으로 구분할 수 없는 색다른 정체성이 스며들어 있다. 민트색 외관이 인상적인 이 맨션은 원래 중국 부호인 청 켕 퀴Chung Keng Quee의 집이었다고 한다. 1983년 당시 페낭에서 가장 부유한 집이었던 이곳은 청이 사망한 후 점차 황폐해졌고 1990년대에 한 부동산 개발업자에게 인수되었다. 새로운 주인은 그때까지 수집해온 페라나칸 골동품 1000여 점을 내부에 진열했고 맨션은 점차 박물관으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보다 자세한 사연이 궁금하다면 도슨트 시간을 확인한 후 방문해보자.
동쪽 웰드키Weld Quay 해안가 부근을 거닐다 보면 나무판자로 지은 수상가옥을 발견할 수 있다. 수상가옥을 통틀어 클랜 제티Clan Jetty라 칭하는데 각각의 목조 다리는 탄Tan, 여Yeoh 등의 가문이 관리한다. 그중 추씨 성이 도맡은 추 제티Chew Jetty는 소장 가치가 있는 수공예품을 구매할 수 있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부두 입구에 중국 고대 전통이 살아 숨 쉬는 도교 사원이 자리하며 간혹 축제를 열어 사자춤이나 불꽃놀이 등의 볼거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단, 추 제티는 실제 거주지이므로 일몰 이후에 출입이 제한된다.
남쪽으로 이동하면 현지인들의 맛집이 즐비한 세실 마켓Cecil Market에 닿게 된다. 여행자들이 주를 이루는 거니 드라이브Gurney Drive나 레드 가든Red Garden과 달리 진한 로컬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 말레이시아 전통식뿐만 아니라 중국식으로 재해석한 퓨전 음식을 선보인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말레이시아 북부에서 유래한 파셈부르pasembur는 오이, 감자, 두부, 순무, 콩나물, 새우튀김, 오징어튀김, 매운 게튀김, 각종 해산물로 구성된 현지식 샐러드다. 보통 달콤하면서 매콤한 너트 소스와 곁들여 먹는다. 세실 마켓에서는 부드럽고 순한 맛이 강조된 중국식 파셈부르를 내놓는다. 고구마와 토마토를 넣어 걸쭉하게 끓여낸 소스가 그 비법이라고. 덧붙여, 이포Ipoh 지역에서 즐겨 마시는 커피의 일종인 차이니스 코피 오Chinese Kopi O도 세실 마켓의 별미 중 하나!
스리 마리암만 템플을 장식하고 있는 신상.
시각적 심상으로
마천루 아래 자리 잡은 작은 인도.
1833년에 지어진 스리 마리암만 템플Sri Mariamman Temple이 있는 퀸 스트리트Queen Street에서 새로운 여정을 이어가본다. 이 사원의 입구인 고푸람gopuram이라 부르는 탑이 이목을 끄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신, 군인, 꽃 등이 탑을 정교하게 장식하고 있다. 내부에서는 사제가 매일 힌두교의 종교의식인 푸자puja를 수행한다. 먼저 신성한 목욕인 아비셰감abishegam을 마친 후 우상에게 옷을 입히는 알랑가람alangaram, 음식을 제물로 바치는 나이베타남naivethanam, 등불을 흔드는 디파 아라다나이deepa aradanai의 단계를 거친다. 사원이 일반인에게 문을 열어주는 시간은 오전 6시부터 정오까지, 오후 5시부터 밤 9시까지 두 차례이며, 푸자는 매일 아침 7시 30분과 저녁 6시 30분에 이뤄진다.
힌두교 사원의 화려함의 정점인 고푸람.
걸어서 2분 거리에 위치한 페낭 리틀 인디아Penang Little India에서는 조지타운에 뿌리내린 인디언 문화를 내밀하게 살펴볼 수 있다. 길을 따라 인도인이 직접 운영하는 유니크한 상점이 즐비해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인도 전통 옷인 사리, 귀금속, 장신구 등이 화려하게 반짝이고 터메릭turmeric, 클로브clove, 카다멈cardamom, 사프란saffron, 커민cumin 같은 향신료가 이채로운 색감을 띤다. 조금 더 감각적인 경험을 원한다면 인도 소수민족의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식당에 방문해보거나 최신 발리우드 영화와 노래를 감상할 수 있는 뮤직 스토어를 찾아가봐도 좋다.
해가 질 무렵에는 서쪽으로 20분 정도 이동해 조지타운에서 가장 높은 마천루인 콤타Komtar 타워에 올라 도시 전체를 한눈에 담아보자. 1985년에 완공된 이 타워는 높이가 무려 232m에 달해 당시 아시아에서 일본의 선샤인 60Sunshine 60 다음으로 높은 건물로 기록되었다. 2015년에는 3개 층이 추가되어 높이가 249m에 이르렀고 최상층인 68층에 스카이 바와 레인보우 스카이워크를 마련했다. 이곳의 스카이워크는 미국의 그랜드캐니언 스카이워크와 동일한 소재를 사용해 성인 16명이 한꺼번에 유리 위를 걸어도 문제가 없다고 한다. 65층에서는 외부에 놓인 장애물 코스를 통과하는 집라인 챌린지에 참여해볼 수 있다. 239m 높이에서 아찔하지만 가장 기억에 남을 도시 조망이 가능하다.
냇지오와 탐험하기
1808년 아르메니아 상인들의 유입으로 형성된 아르메니안 스트리트Armenian Street. 곧이어 그들은 조지타운에 성 그레고리 교회St. Gregory's Church와 이스턴 & 오리엔탈 호텔Eastern & Oriental Hotel을 설립했다. 그러나 1937년 아르메니안을 상징하는 교회가 철거되면서 그들은 자연스레 이 도시를 떠났다고 전해진다. 어쩌면 아직 남아 있을 아르메니안의 흔적을 주의 깊게 관찰하며 거리 구석구석을 탐방해보자.
자료 제공: 내셔널 지오그래픽 트래블러 (National Geographic Traveler), 한-아세안센터 (ASEAN-Korea Cent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