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GLISH

facebook youtube blog instargram

메뉴 리스트

ASEAN-COREA CENTERE

한-아세안센터 사업활동 AKC 소식 자료실

필리핀Philippines

  • AM 4:45

  • 맑음 32℃

  •   | 원

  • 언어

    타갈로그어(공용어), 영어(공용어), 그 외 지방 토착어

  • 면적

    300,000km²

  • 인구

    1억811만6,615명(2019년 기준, 출처 The World Bank)

  • 수도

    메트로폴리탄 마닐라(Metropolitan Manila)

필리핀Philippines

 

필리핀Philippines

필리핀_

나 홀로 클락(Clark) 여행기2020-04-23

나 홀로 클락(Clark) 여행기

마닐라에서 차로 한 시간 반 필리핀 북부 루손섬(Luzon)에 위치한 클락과 수빅은 2019년 5월 기준 인천-클락 구간을 운항하는 직항 항공이 매일 3편 이상 운행될 만큼, 한국인에게 인기인 관광지이다. 바다 위를 떠다니며 유유자적 호핑 투어를 하고, 피나투보 화산재 협곡 사이를 거닐며 유황 온천과 모래찜질을 즐긴다. 필리핀의 아름다운 대자연을 만끽한 3일간의 기록이다.


웅장한 자연을 품고 걷는, 피나투보 화산(Mt. Pinatubo) 트레킹



우기도 아닌데, 밤새 내린 비가 그칠 줄 모른다. 축축한 새벽 공기에 몸은 천근만근. 하지만 쉽게 경험하기 힘든 활화산 트레킹이라는 말에, 두 다리에 힘이 불끈 들어갔다. 피나투보 산은 필리핀 북쪽 루손섬에 있는 활화산으로 1991년 폭발하였다. 피나투보 화산 폭발로 산의 절반이 소실되고 지형도 바뀌었다. 폭발 이후 1745m이던 해발고도가 1486m로 낮아졌고, 분화구엔 근사한 칼데라호(Caldera Lake)가 생겼다. 바로 이 에메랄드빛 호수를 두 눈에 담기 위해 산 정상에 오르기로 했다. 피나투보산는 아무 때나 입산할 수 없다. 평소에는 오전 7시 전까지 입산 명단 등록을 마쳐야 하고, 4월 중순부터 5월 사이엔 필리핀과 미국의 공동 군사 훈련인 발리카탄(Balikatan)으로 인해 전면 통제된다.

새벽 5시부터 부지런을 떨었다. 이름과 나이, 국적 등 간단한 입산 정보를 작성하고, 입장료 2000페소를 내고 나면 본격적인 트레킹이 시작된다. 사륜구동 지프를 타고 산에 오르는데, 여행자 서너 명과 현지 드라이버, 헬퍼가 한 팀을 이룬다.



지프 뒷좌석에 자리를 잡고 앉자 오프로드를 거침없이 내달린다. 트레킹을 하기에 최적의 교통수단. 사방이 뻥 뚫린 오픈카에선 매연과 화산재를 뒤집어쓰는 일쯤은 감수해야 한다. 100억 톤의 마그마가 분출하면서 형성된 거친 지형과 유황 흔적을 머금은 계곡물이 끊임없이 이어지는데, 눈 닿는 곳마다 감탄이 쏟아진다. 화산재가 깔린 등산로는 길 자체가 견고하지 않아 홀로 높은 산길을 오르는 일은 매우 위험하니 자제해야 한다. 거친 지형 때문인지 물에 흠뻑 젖은 신발 때문인지 체력 소모도 크다. 빗물에 길이 미끄러워 발을 헛디디는 일도 다반사. ‘1인 1헬퍼’가 절실한 순간의 연속이다. 가이드의 손을 잡고 한 줄로 서서 앞 사람의 보폭을 보며 걷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현지인 가이드는 뒤축 없는 슬리퍼를 신고도 고갯길을 휙휙 잘도 넘는다. 수십 년째 매일 이 길을 올랐다니 경외감마저 든다. 화산재에 깎인 절벽, 협곡을 따라 흐르는 물길을 보니 자연의 위대함에 숙연해진다. 굴삭기로 긁어놓은 듯한 잿빛 절벽 사이를 걸을 때면, 사막 한가운데 서 있는 휑한 느낌이 들었고, 공사장 시멘트 더미를 보는 듯했다. 용암이 흘러내린 자국은 26년이 지난 지금도 선명하게 남아 있다.



40여 분쯤 걸었을까. 잠시 비를 피할 수 있는 중간 쉼터가 나온다. 이곳부터는 가파른 경사와 엄청난 바윗길의 연속. 팻말에 적힌 문구를 보자 웃음이 새어나온다. ‘젊은 사람은 15분, 나이 많은 사람은 20분 걸린다’는 것. 순간 의욕이 불타오른다. 이를 악물고 쉼 없이 오르니 드디어 산 정상. 눈앞에 호수를 품은 분화구가 펼쳐지는데, ‘수고했다’는 신의 감미로운 음성처럼 느껴졌다. 무언가에 홀린 듯 호수 앞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둘레 2.5km의 호수가 아름다운 빛깔로 여행자를 유혹한다.



피나투보 화산 폭발은 20세기에 발생한 분화 중 두 번째로 큰 폭발이었다. 당시 이산화황이 하늘을 뒤덮어 1년간 지구 평균 온도가 0.5℃나 낮아졌다고. 화산 폭발을 미리 예측한 필리핀 정부는 인근에 거주하던 원주민과 클락 주민 수만 명을 대피시켜 인명 피해를 최소화했다. 화산 폭발로 삶의 터전은 사라졌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후 엄청난 수의 관광객이 모여들고 있다.



주소 Mount Pinatubo, Botolan, Zambales Luzon, Philippines
홈페이지 http://mountpinatubo.net
목록